[시론] 남북 경제교류 확대, 통일준비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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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후 경제안정성 확보가 우선
노동시장 분리 등 점진통합 꾀하고
탄탄한 재정건전성 유지 필요해"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
노동시장 분리 등 점진통합 꾀하고
탄탄한 재정건전성 유지 필요해"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
![[시론] 남북 경제교류 확대, 통일준비의 기본](https://img.hankyung.com/photo/201501/AA.9488124.1.jpg)
관건은 통일경제의 초기 안착과정이다. 통일의 충격과 진통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바람직한 통일경제의 모습에 도달하는 비용과 시간이 달라질 것이다. 이질적인 경제체제 간의 통합을 이뤄낸 독일이 어려움을 겪은 근본적인 이유는 동·서독 간 경제력 격차가 생각보다 컸다는 점이었다. 한국 대비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동·서독 비율의 8분의 1에 불과한 반면 한국 대비 북한의 인구 비율은 동·서독 비율의 2배에 달해, 독일식 급격한 통일을 할 경우 남북한이 통일 후 겪을 부작용은 더욱 심할 가능성이 있다. 막대한 통일비용을 부담하는 과정에서 한국 경제의 안정성이 훼손될 우려도 있다.
남북한 통일에서 점진적 경제통합, 혹은 남북한 경제의 한시적 분리가 요구되는 이유다. 점진적 경제통합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분리다. 남북한 간 급격한 대규모 인구이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실적인 화폐통합과 사회보장제도 도입을 통해 우리 측의 부담급증을 막는 등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통일 후 한국 경제의 상황이 통일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 통일 당시에도 경제통합의 속도 조절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결국 정치적 이해에 따라 급진적 방식이 선택됐고 이는 통일의 충격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는 정치적으로 통일이 갑자기 닥쳐오더라도, 경제통합은 최대한 신중하게 이끌어 감으로써 통일의 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점진적인 경제통합을 추진하더라도 통일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 가능성은 항상 열어둬야 한다. 정치 불안이나 체제부적응 문제, 특히 통일 초기 북한의 물가 급등은 거시안정성을 떨어뜨려 통일비용을 늘릴 수 있는 요인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탄탄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일비용과 관련, 국공채 발행과 증세 외에 북한에 대한 민간투자가 정부의 부담을 덜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은 지리적 이점과 임금경쟁력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동독처럼 폴란드, 체코와 같은 체제이행 경쟁국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울러 건전한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1000억달러에 가까운 흑자를 내는 요즘 같으면 경제통합 과정의 투자수요 등으로 흑자가 줄어 원화절상 압력이 완화되는 효과도 있겠지만, 경상흑자가 크게 줄어 균형 혹은 적자 수준이라면 경제통합으로 경상수지가 대폭 악화될 수 있다.
통일 이후의 경제에 대해 낙관은 금물이지만 지나친 비관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독일을 교훈 삼아 우리 사정에 맞는 정책을 채택한다면 통합의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우선은 개성공단사업을 유지, 확대하고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등 경제교류를 늘리는 것이 출발점이 될 것이다. 시범적 교류 외에도 위축돼 있는 교역과 투자를 시급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경제력 격차를 줄여나가는 동시에 시장경제 경험을 제공해 통합의 충격을 줄여야 한다.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받으면 외국의 상업적 투자도 활발히 이어지는 만큼 통일이 가시권에 들어올 때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어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공동행사를 제안했다. 북한 측이 화답하고 우리가 다시 전향적으로 대응해 통일의 기반이 다져지길 기대해본다.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