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일명 ‘사랑의 죽음(Liebestod)’이라는 경이로운 사랑의 명장면으로 끝난다.

남편의 조카 트리스탄과 금단의 사랑에 빠졌던 콘월의 왕비 이졸데는 치명상을 입고 숨진 연인의 주검 앞에서 끓어오르는 슬픔을 정화와 법열의 경지로 승화시키고 역시 죽음을 맞는다. 독약도, 칼도 없다. 오로지 트리스탄을 따라가야 한다는 초인적인 의지만으로 죽음을 맞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 죽음’을 들으며 불멸의 사랑을 꿈꿀 필요는 없다. 바그너는 여성편력으로 악명 높았다. 이 오페라의 모티브가 된 열정의 대상 마틸데도 나락으로 떨어진 바그너를 구한 은인의 아내였다. 이런 도덕적 잘못에도 불구하고 바그너는 이 사랑에 목숨을 걸고 싶었다.

그러나 명작이 완성됐을 때 마틸데는 바그너의 안중에 없었다. 새로운 사랑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인간은 왜 이처럼 변덕스러운 동물인가!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