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경제 '온기'…고용은 아직 '냉기'
스페인 경제가 완만하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타고 있다. 스페인의 3분기(6~9월)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5% 증가했다고 스페인 국가통계청(INE)이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성장을 이어간 것이다.

스페인은 2011년 재정위기 여파로 구제금융을 받은 뒤 2013년 2분기까지 경기침체를 겪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 경제가 금융시장과 노동시장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며 “하지만 늘어나는 장기실업자는 스페인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분기 27.2%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스페인 실업률은 올 3분기에도 23.7%를 기록했다. 9월 말 기준 스페인 실업자 수는 540만명이다. 2년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도 240만명에 달한다.

실업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실업자의 생활 수준 역시 악화되고 있다. 음식을 기부받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푸드 뱅크’에 의존해 사는 사람은 2009년 78만명에서 지난해 150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가톨릭 구호단체인 ‘카리타스’의 지원을 받는 사람도 2007년 35만명에서 지난해 100만명으로 증가했다.

FT는 “일정한 소득이 없고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스페인 가정이 70만가구에 달한다”며 “스페인 국민은 경기회복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르셸 얀센 마드리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업자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실업 문제가 스페인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