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신화'의 위기…삼성 어닝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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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분기 영업익 7조2000억
중국 스마트폰 급성장·원화 강세 겹쳐
원화 강세로 영업익 6000억 줄어…메모리반도체는 '호조'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익 7조2000억
중국 스마트폰 급성장·원화 강세 겹쳐
원화 강세로 영업익 6000억 줄어…메모리반도체는 '호조'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매출 52조원에 영업이익 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이 같은 영업이익 규모는 2012년 2분기의 6조4600억원 이후 2년 만에 최저로, 실적 쇼크 수준이다. 지난해 10월4일 그해 3분기 영업이익을 사상 최대인 10조1000억원이라고 발표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이익 규모가 3조원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이익 창출의 ‘화수분’ 역할을 하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매섭게 파고드는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에 시장을 조금씩 내주기 시작한 탓이다. 원화 강세로 인한 손실도 6000억원 규모를 웃돈 것으로 보인다.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은 갤럭시S 시리즈 부진이다. 최근 2년간 IM(IT·모바일) 부문은 매분기 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려 실적을 견인해왔다. 하지만 올 2분기에 이익 규모가 4조원대 후반까지 떨어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요인은 두 가지다. 올 1분기 이전까지 제품이 너무 많이 팔려 신제품 매출까지 잠식한, 이른바 ‘갤럭시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제살깎기식 시장잠식)’ 효과와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중국과 유럽에서 가격 경쟁이 심해져 중·저가 스마트폰 재고가 쌓였고 이로 인해 셀인(sell-in·제조업체가 유통업체에 판매한 물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재고 소진을 위해 마케팅비를 대거 투입한 것도 이익이 줄어든 원인이 됐다. 기대했던 태블릿PC에서도 카니벌라이제이션이 나타났다. 5~6인치 대화면 스마트폰인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 판매가 늘자 7~8인치대 태블릿 수요가 감소했다. 증권업계는 중·저가 스마트폰이 안 팔려 삼성전자의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18% 감소한 7400만대에 그쳤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한 건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업체의 약진 때문이다. 이들은 프리미엄급에선 아직 삼성전자에 뒤지지만, 중·저가 제품에선 큰 차이가 없다. 가격 경쟁력에선 오히려 앞선다. 고급형부터 보급형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갤럭시 신화’를 일궈온 삼성전자의 모바일사업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엎친 데 덮친 격 ‘원화 강세’
지난 1분기 말 1068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2분기 석 달 동안 3.8% 떨어졌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원화 가치가 10원 오르면(환율 하락) 분기 영업이익이 1500억원가량 줄어든다. 2분기에 최소 6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 차감 효과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달러화와 유로화뿐만 아니라 대부분 신흥국의 통화에 대해 원화 강세가 지속돼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TV와 가전 등은 제품이 커 배로 운송하는 탓에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2~3개월 이상 걸린다. 그 사이 원화 가치가 오르면 달러로 받은 대금을 원화로 환산할 때 손해를 보게 된다. 스마트폰, 반도체 등은 항공운송하기 때문에 가전제품만큼 시차는 크지 않지만 대신 국내에서 수출하는 물량이 많아 가격경쟁력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앞서 작년 4분기에도 환율 때문에 영업이익이 7000억원 줄었다.
○스마트폰→부품 부문 부진
IM 부문의 ‘독감’은 시스템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분야로 바로 전염됐다.
2분기 무선사업부가 신제품보다 재고 판매에 주력하자 시스템LSI사업부가 만드는 모바일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수요도 줄었다. 게다가 갤럭시S5 LTE 모델엔 퀄컴 AP가 채택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서 그동안 대부분의 이익을 얻어왔는데,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자 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2조원이 웃도는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돼 실적 하락을 막는 ‘대들보’가 됐다. 미세공정기술이 10나노미터대에서 막혀 공급 증가가 제한돼 가격이 뒷받침되고 있는 데다, 모바일 업계가 스마트폰 신제품을 쏟아내면서 수요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TV도 월드컵 효과와 초고화질(UHD) TV 인기로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생활가전사업부도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에서 점유율이 증가했다.
김현석/전설리 기자 realist@hankyung.com
이익 창출의 ‘화수분’ 역할을 하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매섭게 파고드는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에 시장을 조금씩 내주기 시작한 탓이다. 원화 강세로 인한 손실도 6000억원 규모를 웃돈 것으로 보인다.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은 갤럭시S 시리즈 부진이다. 최근 2년간 IM(IT·모바일) 부문은 매분기 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려 실적을 견인해왔다. 하지만 올 2분기에 이익 규모가 4조원대 후반까지 떨어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요인은 두 가지다. 올 1분기 이전까지 제품이 너무 많이 팔려 신제품 매출까지 잠식한, 이른바 ‘갤럭시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제살깎기식 시장잠식)’ 효과와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중국과 유럽에서 가격 경쟁이 심해져 중·저가 스마트폰 재고가 쌓였고 이로 인해 셀인(sell-in·제조업체가 유통업체에 판매한 물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재고 소진을 위해 마케팅비를 대거 투입한 것도 이익이 줄어든 원인이 됐다. 기대했던 태블릿PC에서도 카니벌라이제이션이 나타났다. 5~6인치 대화면 스마트폰인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 판매가 늘자 7~8인치대 태블릿 수요가 감소했다. 증권업계는 중·저가 스마트폰이 안 팔려 삼성전자의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18% 감소한 7400만대에 그쳤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한 건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업체의 약진 때문이다. 이들은 프리미엄급에선 아직 삼성전자에 뒤지지만, 중·저가 제품에선 큰 차이가 없다. 가격 경쟁력에선 오히려 앞선다. 고급형부터 보급형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갤럭시 신화’를 일궈온 삼성전자의 모바일사업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엎친 데 덮친 격 ‘원화 강세’
지난 1분기 말 1068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2분기 석 달 동안 3.8% 떨어졌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원화 가치가 10원 오르면(환율 하락) 분기 영업이익이 1500억원가량 줄어든다. 2분기에 최소 6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 차감 효과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달러화와 유로화뿐만 아니라 대부분 신흥국의 통화에 대해 원화 강세가 지속돼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TV와 가전 등은 제품이 커 배로 운송하는 탓에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2~3개월 이상 걸린다. 그 사이 원화 가치가 오르면 달러로 받은 대금을 원화로 환산할 때 손해를 보게 된다. 스마트폰, 반도체 등은 항공운송하기 때문에 가전제품만큼 시차는 크지 않지만 대신 국내에서 수출하는 물량이 많아 가격경쟁력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앞서 작년 4분기에도 환율 때문에 영업이익이 7000억원 줄었다.
○스마트폰→부품 부문 부진
IM 부문의 ‘독감’은 시스템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분야로 바로 전염됐다.
2분기 무선사업부가 신제품보다 재고 판매에 주력하자 시스템LSI사업부가 만드는 모바일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수요도 줄었다. 게다가 갤럭시S5 LTE 모델엔 퀄컴 AP가 채택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서 그동안 대부분의 이익을 얻어왔는데,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자 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2조원이 웃도는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돼 실적 하락을 막는 ‘대들보’가 됐다. 미세공정기술이 10나노미터대에서 막혀 공급 증가가 제한돼 가격이 뒷받침되고 있는 데다, 모바일 업계가 스마트폰 신제품을 쏟아내면서 수요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TV도 월드컵 효과와 초고화질(UHD) TV 인기로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생활가전사업부도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에서 점유율이 증가했다.
김현석/전설리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