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살리기…수월성 교육 제동 걸리나
혁신학교 늘어날듯…이념교육 포함 논란
무상교육 확대…노후시설·교사충원 어떻게
정책 결정하는 교육부와 마찰 예고
○자사고 단계적 폐지되나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는 5일 “일반고 교육을 황폐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평가를 통과하는 자사고는 유지하겠다”고 말했지만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대부분 자사고 폐지를 공통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전국 49개 자사고 가운데 올해 5년 단위 운영성과 평가가 진행되는 학교는 25곳이다. 이 가운데 보수성향 후보가 당선된 대구(계성고)와 경북(김천고)을 빼면 서울 세화고 등 23개교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학교의 학생선발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관련 법령에는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경우 교육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돼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정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면 취소할 이유가 없다”고 밝혀 진보 교육감과 마찰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일반고 살리기 가능할까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자사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를 살리겠다고 주장해왔다. 조 당선자는 학교당 5000만~1억원을 지원하고 ‘균형배정제’를 실시해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일반고에 골고루 배정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자도 고교 학생배정 방식을 바꿔 평준화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병우 충북교육감 당선자는 학생 선발과 학력 제고를 위해 부활한 고입선발고사에 대해 ‘폐지하겠다’고 공약해 수월성 교육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서울 등에서는 고교선택제를 통해 학생이 희망하는 학교에 배정되고 있으나 균형 배정 등을 도입할 경우 학생의 학교선택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다만 조희연 당선자는 “문용린 현 교육감이 해오던 교육정책 가운데 긍정적인 내용은 계승하겠다”고 밝혀 자유학기제 등은 계속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혁신학교 확대 논란
진보성향 교육감 당선자들은 지난달 19일 공동공약을 발표하며 혁신학교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경기 강원 전북 전남 등 혁신학교를 운영하는 곳은 더욱 확대하고, 부산 세종 인천 충북 충남 경남 제주 등은 지역특성에 맞게 새로운 혁신학교를 신설한다는 구상이다.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교육을 실현하겠다며 출범한 혁신학교에 대해 학부모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혁신학교에만 예산이 집중 지원되는 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주축이어서 다른 학교 및 교사들과 갈등을 빚고 인성교육을 중시하느라 기초학력이 부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념교육에만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 학교 현장에서 찬반 논란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무상교육에 밀리는 시설 개선
진보성향 교육감 당선자들은 무상급식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확대할 뿐 아니라 무상교복, 무상통학버스, 유아무상교육,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비용 지원, 학습준비물 지원, 체험학습비 지원, 공짜 체육복과 아침밥까지 갖가지 무상 공약을 선거운동 전면에 내세웠다.
진보성향 교육감 당선자들은 그러나 무상교육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 대부분 ‘기존 예산 재조정 및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지원 확대’를 내세우고 있어 실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한정된 교육예산 가운데 무상교육에 대한 재정 투입이 늘어나면 학교 시설 개선이나 교사 충원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서울교육청의 경우 교육복지비가 전체 교육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52.9%에서 지난해 66.5%로 늘어난 반면 시설 개선 등 학교 교육 여건개선 시설정책 사업비는 137억원에서 53억원으로 줄었다. 교육재정이 빠듯해 지난 2월 말 기준 명예퇴직 신청자의 54.6%(2818명)만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이 여파로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한 예비교사가 2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교육부와 갈등 심화 우려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정책을 입안하는 교육부와 사사건건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박근혜 퇴진’을 요구한 시국선언 교사 징계문제에 대해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반발하고 있다. 또 역사교과서와 관련해 정부가 국정으로 전환할 경우 반대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