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순환보직 대수술…재난·통상분야 장기근무자 승진·수당 우대
안전행정부가 공무원 전보제한기간 연장과 장기재직수당 신설 등을 골자로 현행 인사제도를 대폭 손질키로 한 것은 세월호 참사로 공무원들의 전문성 부족 문제가 정면으로 대두되면서다.

지금 같은 초단기 순환보직 인사관행으로는 전문성을 배양하지 못함은 물론 재직기간 중 책임의식을 갖고 업무를 처리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많은 행정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로지 승진만 바라보면서 ‘내 임기 동안은 무탈하게 지나가야 한다’는 안일한 의식이 관가 전반의 복지부동과 문제 해결능력 부재를 야기했다는 것.

◆국장급 90% “2년 내 이동”

관료사회 인사제도의 대변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공무원 임용방식과 보직관리 등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주문한 데 이어 지난 1일 신설 예정인 국가안전처에 “공무원 채용 방식을 바꿔서라도 최고 전문가가 와서 일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한 데서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사고를 수습해야 할 지휘부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정작 재난 전문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1~2년 후 자리를 옮기는 순환보직 시스템이 문제였다.

이 같은 관행은 공무원 임용령과도 상충된다. 공무원 임용령 45조는 잦은 인사 이동에 따른 전문성 저하를 막기 위해 국장급 이상 공무원(고위공무원단)의 경우 한자리에 최소 1년 이상, 과장급(3·4급)은 1년 6개월 이상, 과장급 미만은 2년 이상 머물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안행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2년 공무원 인사통계’를 보면 중앙부처 일반직 공무원 기준으로 그해 국장급 이상 전보자 415명 중 90%가 한 부서에서 2년을 넘기지 못했고 규정과 달리 1년도 못 채운 고위직이 53.3%로 절반을 넘었다. 과장급과 5급 이하도 2년 내 전보자 비율이 각각 80%와 63%가량에 달했다.

이처럼 전보제한기간이 사문화되다시피한 것은 각종 예외조항 탓이다. 특히 ‘기관장이 보직관리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가 예외조항으로 돼 있어 기관장이 원하면 언제든 전보제한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 예외조항을 삭제 또는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다.

정부는 이와 함께 안전 통상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에 오랫동안 근속하는 관료들에게는 인사상 인센티브를 확실하게 부여함으로써 공직사회 전반에 전문성을 우대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민간 출신 공무원 우대키로

관가에선 향후 총리실 산하에 신설될 국가안전처가 새로운 공직 인사방식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직 채용방식을 바꿔서라도 최고 인재를 영입하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국가안전처를 고시 출신들이 돌려가며 자리를 맡는 기존 부처처럼 만들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안행부는 이런 상황에 맞춰 전보제한기간 연장 등과 함께 현재 일반직렬로 분류된 직위 가운데 전문성과 경험이 중요한 직위의 경우 순환보직이 불가능한 전문경력관직(옛 별정직)으로 돌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일반직렬 직위의 업무 성격을 재검토하고 있다.

또 공직 사회에 민간 부문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민간경력 10년 이상 또는 박사학위 소지 등으로 5급 공무원에 채용된 민간 전문가가 고시 출신들에 비해 차별을 받지 않도록 민간 근무경력을 호봉이나 재직 연수에 반영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들 민간 전문가의 경우 공직에 들어서는 나이가 평균 35~36세여서 주로 20대 후반에 공직에 입문하는 고시 출신들에 비해 고위직 승진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