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을 받는 대기업 임원 L씨. 10억원 상당의 은행예금으로 매년 3000만원의 이자소득을 올렸지만 종합소득세 신고는 ‘남의 일’이었다. 이자 등 금융소득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4000만원)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도록 세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의 올해 세금 부담은 지난해보다 110만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씨처럼 금융소득 때문에 올해 처음으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약 1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종합소득세 신고] 年 금융소득 3000만원·근로소득 1억이면 세금 110만원 더 낸다
○소득 동일해도 세금 부담 늘어

이미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오던 기존 금융소득자들의 세금 증가액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K씨는 2012년과 2013년 각각 사업소득 2억원(필요경비 등 제외)과 금융자산 20억원에서 나오는 이자·배당 수입 6000만원 등 과표기준 2억60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동일한 소득임에도 올해 종합소득세 부담은 더 늘어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기준선을 초과한 금액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난해는 금융소득 6000만원 중 기준선(4000만원)을 초과한 2000만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냈지만 올해는 기준선(2000만원)을 초과한 4000만원에 대해 세금을 신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올해 K씨의 신고액은 지난해(5137만원)보다 462만원 늘어난 5599만원이 된다. 근로·종합소득 공제 6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가정한 경우다.

다만 다른 근로·사업·기타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연간 이자·배당 등의 금융소득이 7724만원을 넘지 않을 경우 원천징수세를 제외한 추가 세 부담은 없다. 7724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세율이 적용된다. 조성훈 국세청 소득세과장은 “추가로 납부할 세금이 없다고 하더라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며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불성실신고 가산세 등이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원 노출·건보료 증가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가 되면 국세청이 해당 납세자의 소득규모와 세금 성실납부 여부 등을 파악하기 쉬워진다. 따라서 소득에 연동돼있는 건강보험료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현재 금융소득만 있는 경우 금융소득이 4000만원 이하면 직장 가입자 등의 피부양자로 올라가 보험료 부담을 지지 않는다. 4000만원이 넘는 경우만 자동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2000만원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자동 전환 기준도 2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정부가 건강보험법 시행령상 피부양자 자격기준만 변경할 것으로 안다”며 “시행령이 바뀌는 즉시 국세청에서 관련 신고 자료를 받아 건보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일 때 지역건강보험 가입자로 전환되면 매월 약 14만원(연간 168만원)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 금융소득이 3000만원일 경우 매월 약 17만7000원(연간 212만원), 4000만원이면 매월 약 20만3000원(연간 243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는 부동산 등 다른 소득이 없는 것을 가정한 최소 부담액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