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타(23)] 모바일 게임사 '족집게 과외샘', 5Rocks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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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진 기자 ] 반드시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없는 서비스가 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5Rocks가 내놓은 모바일 게임 분석 서비스다. 전통의 게임 강자인 일본 소비자들도 5Rocks의 서비스를 보고 무릎을 쳤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5Rocks는 이용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마케팅 해법을 제시한다. 서비스를 정식 오픈하기 전에 일본 시장도 미리 점령했다.
이창수 5Rocks 대표(사진)는 "우연에 우연을 거듭한 결과"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와 단 10분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 우연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숨은 내공이 얼마나 탄탄한지 금새 알 수 있다.
◆ '피봇'의 교과서, 5Rocks
"5Rocks의 모바일 게임 분석 서비스는 기존 주력 서비스를 뒷받침하기 위한 보조 서비스에 불과했어요. 기존 앱을 내놓았을 때 가장 어려움을 겪은 부분이 이용자 파악이거든요. 이를 해결하려고 실험적으로 만든 서비스였는데 주변에서 반응이 대단했어요. 특히 모바일 게임사들의 요청이 쇄도했고, 현재 서비스로 이어지게 됐죠."
5Rocks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피봇(Pivot)의 교과서'라고 불린다. '린 스타트업'의 방법론 중 하나인 '피봇'은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고 사업을 시작한 뒤 이용자들의 반응을 보며 발전시켜 나가는 형태를 말한다. 처음 세운 사업 가설에 대한 이용자 반응이 밋밋하다면 곧바로 방향을 틀어버린다.
이 대표는 '실리콘밸리판 성경'으로 통하는 에릭 리스(Eric Ries)의 '린 스타트업'을 번역했다. 그리고 2010년 창업 멤버로 있었던 아블라컴퍼니에서 테이블K, 포잉, 불레틴, 픽쏘 등 서비스를 개발하며 여러 사업모델을 계속 실험했다.
그 중 가장 큰 가능성을 본 것이 레스토랑 예약 앱 '포잉'을 뒷받침 하던 이용자 분석 시스템이다. 이용자의 성별, 시간대별, 직업별 분포, 이용 실적 등 데이터를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 게임 본고장 일본서도 '터졌다'
이 대표 또한 발빠르게 움직였다. 아블라컴퍼니는 주력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며 5Rocks로 탈바꿈했다. 사명과 함께 당시 아블라컴퍼니 최고경영자였던 노정석 대표와 이창수 최고전략책임자(CSO)도 자리를 맞바꿨다. '잘 나가는' 엔지니어 출신인 그가 사업적인 이해도가 가장 높기에 택한 전략이다.
"모바일 게임은 특히 수명이 짧습니다. 게임을 가능한 오랜시간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이용자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용자가 어떤 스타일인지, 어느 단계에서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는지 등을 세세히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타깃 마케팅도 가능하죠. 기본적인 통계툴과는 전혀 다릅니다"
5Rocks가 지난해 6월 실시한 클로즈 베타 서비스는 모바일 게임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민 게임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를 비롯 게임빌, 링크투모로우 등이 5Rocks에 게임 분석을 의뢰했다.
이 대표가 쌓아온 경험도 5Rocks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KAIST 재학시절 일본 도쿄공업대학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이 대표는 수십 차례 일본어로 직접 프리젠테이션(PT)을 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해 5월 창업 컨퍼런스인 '비론치 2013(beLAUNCH 2013)'에서 이 대표와 야스히코 유리모토 글로벌브레인 대표가 우연히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글로벌브레인은 5Rocks에 25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국내 최고 모바일 게임사들에 이어 구미(Gumi), 쿠라부(KLAB), 포케라보(POKELABO) 등 일본 유명 모바일 게임사들도 잇따라 5Rocks를 찾았다. 사업 파트너로 소개받은 일본 모바일 광고 효과 분석회사 애드웨이즈는 먼저 투자를 제안하기도 했다.
◆ 게임, 더 나아가 앱들을 위한 '지능형 프로바이더'
"올해 전 세계 3000개 앱을 유치하겠습니다." 5Rocks가 이날 정식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 대표의 발걸음은 분주해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최근 싱가포르, 브라질, 러시아 등지에서 문의가 오고 있어서다.
"올해 안에 모바일 게임사들 앞에 40개 도구를 펼쳐놓을 계획입니다. 그들이 '슈퍼 타깃팅'이 가능하도록 세밀하게 이용자를 파악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겠다는 의미죠. 나중에는 게임사가 가려운 부분을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긁어줄 수 있는 지능형 프로바이더(provider) 역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미리 정보를 노출시키는 프로그램 개발은 이 대표가 2009년 첫 창업을 결심할 당시 계획했던 일이기도 하다. SK텔레콤에서 '천재소녀'로 불리던 윤송이 상무와 홈로봇을 개발했던 일이나 네오위즈게임즈의 일본 자회사 게임온에서 일했던 모든 경력이 이제 다 맞물리고 있다.
이 대표가 앞으로 그릴 그림은 더 화려하다. "스마트폰이 보급됐지만 이용자들이 많이 쓰는 앱은 몇 백 만개 중 상위 100개에 지나지 않아요. 앱 노출이 쉽지 않고, 순위 리스트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이 독자 구매성향을 파악해 책을 추천하듯 5Rocks은 앱 전체 시장을 스마트하게 이끌어 갈 겁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