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노사는 2000년부터 15년째 교섭없이 임단협을 체결하고 있다. 지난 19일 합의를 마친 뒤 신현재 대표(앞줄 왼쪽 두 번째)와 차진철 노조위원장(앞줄 왼쪽 세 번째) 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 노사는 2000년부터 15년째 교섭없이 임단협을 체결하고 있다. 지난 19일 합의를 마친 뒤 신현재 대표(앞줄 왼쪽 두 번째)와 차진철 노조위원장(앞줄 왼쪽 세 번째) 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의 노사 관계는 ‘노사불이(勞使不二)’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1961년 노동조합이 생긴 후 53년간 무쟁의·무분규 기록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서울 서소문동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열린 2014년도 노사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조인식에서도 양측은 무교섭 합의했다. 2000년부터 15년 연속 교섭 없이 임단협을 체결한 것이다. CJ대한통운과 노조 측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어려운 경제여건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회사의 생산성 향상, 근로자 권익 증진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총력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

CJ대한통운은 노와 사는 서로 다르지 않고, 공생공존하는 관계라고 보고 있다. 노조도 회사가 있어야 노조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상호 신뢰와 협력을 통해 상생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대한통운 노조는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회사 측과 함께 생산성을 높이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2008년 전개했던 텐텐제로(10·10·0)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생산성을 10% 높이고, 비용은 10% 줄이며, 안전사고 발생률은 0%로 떨어뜨리자는 캠페인이다. 이를 위해 현장인력은 차량 공회전을 최소화하고 유류 운송장 등의 소모품을 절약했으며, 사무직종은 미수채권을 조기 회수하고 ‘1일 1화주 더 방문하기’ 등을 자발적으로 시행했다.

2009년에는 노조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서울지방노동청장,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사평화선언과 생산성 향상 총력 결의 특별결의문을 발표했으며, 2012년에는 노사화합 공동선언문을 선포하는 등 산업계 노사 화합의 모범으로 꼽히고 있다.

회사 측도 상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2012년까지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6회 연속 선정돼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노사문화 우수기업 제도는 노사 파트너십을 통해 상생의 노사문화를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이를 통해 우수한 노사문화를 확산시켜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정부가 199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사회공헌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기부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취약계층을 도우면서 기업 경영활동에도 이득이 되는 공유가치창출(CSV)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노년층에게 새 일자리를 찾아주고 있는 ‘실버택배’가 대표적이다. 아파트 단지 내 경로당이나 동사무소 앞까지 택배기사가 물건을 가져다주면 노년택배기사가 이를 다시 집집마다 다니면서 배송해주는 업무를 한다.

CJ대한통운이 부산시 고령인력종합관리센터, 노인인력교육센터 등과 손잡고 지난해 5월 설립한 실버택배 전문기업 ‘실버종합물류’엔 200여명의 노년층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실버종합물류가 제공하는 전동카트, 전동자전거 등을 타고 다니며 하루에 50~60여개의 택배 물량을 배송한다. CJ대한통운은 실버택배 덕에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송 부담이 없어진 택배기사가 택배 물량을 받아오는 집화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더 많은 물량을 취급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CJ대한통운은 2015년까지 실버택배원을 1000여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