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연(왼쪽부터), 권봄이
박성연(왼쪽부터), 권봄이
모터스포츠의 계절이 돌아왔다. 다음달 19일 시즌 개막전이 열리는 ‘CJ 헬로비전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올해도 다양한 레이싱 경기가 펼쳐진다. 모터스포츠는 그동안 남성들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여성 드라이버들이 당당히 레이싱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올시즌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에 출전하는 박성연(33)과 권봄이(28) 두 명의 여성 레이서를 한경이 만나봤다.

○레이싱 무대에 뛰어든 계기는.

▷박=처음 운전을 시작하면서부터 장거리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자동차 경주를 관람하게 됐고, 지인들의 도움과 권유에 힘입어 직접 한 번 서킷을 달려보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2009년 처음 참가했던 금호타이어 엑스타 타임트라이얼 경기와 스피드페스티벌 클릭 내구레이스에서 준우승을 했던 것이 계기가 돼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권=어렸을 때부터 차를 좋아했다. 막연히 차를 좋아만 하던 내가 우연히 카트(모터스포츠 기초 입문 종목)라는 게 있는 걸 알게 됐고 카트를 시작으로 여자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

○모터스포츠의 매력을 꼽는다면.

▷박=누구나 질주의 쾌감, 아슬아슬하고 긴장감 넘치는 경쟁을 이야기할 것 같다. 경기 중에 드라이버들은 매 순간 여러 가지 다른 상황들에 대처해야 한다. 얼마나 냉철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순발력있고 지혜롭게 대응하는지를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인 것 같다.

▷권=성별 구분이 없는 모터스포츠에 큰 매력을 느꼈다. 그 안에서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체력적으로 남자 선수들에게 부족할 수 있겠지만 평등하게 경쟁해 순위를 앞다툴 수 있는 게 매력이다.

○여성 레이서로서 힘든 점은.


▷박=여성이기 때문에 모두들 더 잘 기억해 주고 더 많은 응원을 받는다는 사실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더 큰 체격의 남성 선수들과 경쟁하려면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분명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체중이 적게 나가서 유리한 점도 있다.

▷권=여러 가지 선입견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 같다. 주변 시선들도 집중되는 것이 사실이다. “여자가 멋있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얼마나 잘 하는지 보자”하고 지켜보는 분들이 많다. 때문에 잘하고 싶은 만큼 부담감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

○올해 개인적인 포부나 목표는.


▷박=올 시즌 목표는 포디엄(시상대) 입상이다. 좀더 구체적인 목표를 꼽자면 매경기 꾸준하게 목표한 기록을 주행하는 것이다. 지난해 분석했던 드라이빙의 부족한 점을 개선할 수 있다면 만족할 만한 시즌이 될 것 같고, 결과적으로 좋은 순위를 얻게 된다면 더 없이 기쁠 것 같다.

▷권=드라이버라면 누구나 입단하고 싶어하는 ‘서한퍼플모터스포트’는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있다. 정말 목숨 걸고 해볼 생각이다. 올해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배워서 벨로스터 터보 경기 최초로 여자인 내가 포디엄 정상에 올라가고 싶다.

○언제까지 모터스포츠를 할 생각인가.


▷박=도전할 목표를 가지고 있는 동안, 체력이 따라주는 한 언제까지나 계속하고 싶다. 미리 한계를 정해놓진 않았다. 하지만 경제적인 지원 없이는 모터스포츠를 계속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좋은 팀을 만나고 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면 반드시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

▷권=마음 같아선 평생 모터스포츠를 하고 싶다. 드라이버로서 은퇴를 하게 되더라도 모터스포츠 안에서 평생 차와 함께하는 게 바람이다.

박성연 선수는 영국 스포츠카 로터스(Lotus) 오너들이 만든 아마추어 레이싱팀 ‘TEAM 365-ONE’ 소속. 서울대 박사 학위 소지자로 대검찰청 과학수사실에서 일했다. 모터스포츠 경력은 올해 6년차.

권봄이 선수는 서한퍼플모터스포트 소속. 케이블 채널 XTM의 자동차 프로그램 ‘더 벙커(The Bunker)’의 MC를 맡고 있으며, MBC ‘무한도전’에선 인스트럭터로 출연을 하고 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