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재·버튼까지 고급화…대량 생산으로 원가 절감
5층 이하 소형 빌딩 공략…2013년 매출 30% 증가
박양춘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사장(58)은 지난달 29일 “프리미엄 제품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역발상 승부수로 처음 2위에 올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티센크루프는 동양엘리베이터를 2003년 부분합병하고 2008년 완전합병해 티센크루프코리아를 출범시켰다. 설립 이래 현대엘리베이터와 오티스(옛 LG오티스)에 밀려 줄곧 3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지난해 이변이 일어났다. 한국승강기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티센크루프 점유율은 15.8%로 그전까지 2등이던 오티스(13.4%)를 처음 뛰어넘었다. 박 사장은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기준으로 했으며 수주량을 기준으로 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며 “올해 2위를 완전히 굳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결은 5층 이하 소형 빌딩을 겨냥해 작년 5월부터 출시한 ‘시너지’ 제품군에 있다. 피렌체·밀라노·맨하탄·벨라지오 4개 제품군 모두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굿디자인상을 받았다. 공기청정기가 기본으로 설치돼 있고 자재부터 조명, 버튼까지 모두 고급화했다. 5층 이하 소형 빌딩은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박 사장은 새 제품군을 내놓으며 고객으로부터 사양 선택권을 뺏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는 “그전에는 고객에게 엘리베이터 천장·버튼·바닥재 종류를 일일이 고르도록 했는데 대부분 최저가에 가장 평범한 스테인리스스틸 제품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디자인이 이미 완성된 고급형 제품 4종을 내놓고 고객 선택권을 뺏는 역발상 마케팅을 도입했으며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고 했다.
대신 가격은 일반 제품과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티센크루프의 시너지 제품 4종은 평범한 일반 엘리베이터보다 약 100만원 비싸다. 5층 빌딩용 엘리베이터 가격(설치비 포함)이 보통 3200만~33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3% 정도 더 든다.
박 사장은 “시너지 제품군은 설치 면적을 일반 엘리베이터보다 14~17% 줄일 수 있다”며 “건물을 빌려주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100만원 정도의 가격차를 임대료로 뽑고도 남는 장사”라고 설명했다. 또 “고객에게 디자인과 제품 선택권을 줄 때는 대량 생산이 안돼 조금만 디자인을 달리 적용해도 500만~600만원이 더 들었다”며 “처음부터 고급형을 기본으로 제공하니 자재 구매 때부터 원가가 절감돼 가격을 크게 올리지 않아도 됐다”고 덧붙였다.
이 덕분에 작년 수주 기준으로 이 회사의 소형 빌딩 엘리베이터 매출이 30%가량 증가했다. 박 사장은 “누구나 처음 봤을 때 티센크루프 브랜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디자인의 제품을 계속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