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섬의 탄생
50년 전인 1963년 아이슬란드 남쪽 앞바다에서 새로운 화산섬이 탄생했다. 이 섬은 4일 만에 폭 600m, 높이 60m로 성장했고 5년 뒤엔 40여종의 곤충과 새들이 날아다니는 섬으로 발전했다. 사람들은 쉬르트세이 섬이라고 불렀다. 이는 아이슬란드어로 ‘불의 신’ ‘검은 산’이라는 뜻이다. 근래에 드문 대규모 해저분화인 데다 새 화산섬 탄생 과정을 정밀 조사할 수 있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섬은 이처럼 대규모 화산 활동이나 지진 등의 지각변동으로 태어난다. 동서 500㎞, 남북 300㎞의 거대한 아이슬란드도 화산 폭발로 생겼다. 주기적인 지각변동 때문에 지금도 면적이 늘어나는 중이다. 여덟 개의 큰 섬과 124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진 하와이 역시 대륙으로부터 4000㎞ 떨어진 태평양 중심에서 화산 폭발로 생겨났다. 킬라우에아산과 마우나로아산은 요즘도 2~3년마다 폭발하고 있다.

화산섬은 해저 화산의 분출물이 삽시간에 쌓인 것이어서 비교적 키가 큰 편이다. 울릉도는 성인봉의 높이가 983m이고 해저 깊이가 약 2000m나 되기에 전체 키는 3000m에 이른다. 독도 역시 해저에서 보면 높이 2000m가 넘는 거대한 산이다. 연대순으로는 독도가 약 450만~250만년 전에 탄생했으니 울릉도(약 250만~1만년 전), 제주도(약 200만~1만년 전)보다 맏형인 셈이다.

바다 생물인 산호초에 의해 섬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지구에 산호초가 나타난 것은 4억5000만년 전이므로 대략 4억년 전부터 산호섬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산호는 아주 느리게 성장하기 때문에 축구공만한 산호초로 성장하려면 20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엊그제 태평양의 해저 화산 폭발로 일본 오가사와라 제도 니시노시마 앞 500m 지점에 길이 400m의 미니섬이 탄생했다. 그러자 일본 관방장관이 “제대로 되면 우리 영해 경계선이 그만큼 넓어진다”며 환호했다. 잘못하면 해양 영토 싸움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일본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방위계획의 골자도 섬 지역 방위력 확대와 탄도미사일 대응력 강화다. 소규모 호위함 8대를 추가하려는 것 또한 ‘외딴섬 작전’의 순발력을 높이려는 복안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27년 전 오가사와라 남쪽에 솟았던 섬이 파도에 침식돼 49일 만에 사라져버린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긴 일본도처럼 태평양 바다로 깊숙이 내려진 일본의 섬들이다.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