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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병원, 채권 발행 허용

비영리 병원 법인이 해외에 진출할 경우 국내외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길이 열린다. 현행 의료법상 비영리 법인으로 규정돼 있는 서울대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이 기업들처럼 외부 투자를 받아 해외에 병원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의료법이 투자개방형 영리법인 설립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부문에서라도 규제 완화를 통해 의료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의료기관 해외 진출 확대 방안의 일환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비영리 병원에 대한 민간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며 “다음달에 발표할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이 같은 방안을 담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비영리 병원은 해외 진출을 전제로 자회사 또는 민간 투자자와의 합작회사 형태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할 수 있다.

美 존스홉킨스처럼 SPC 세워 해외진출때 투자 유치

SPC는 이 자금을 통해 해외에 병원을 세우고 그 운영 수익을 나중에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 이 같은 방식의 해외 투자는 이미 외국의 일반 대형병원에 일반화돼 있는 방식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도 해외 진출시 별도의 SPC를 설립, 투자자를 모집한 뒤 이 자금으로 병원을 설립하고 있다. 대신 의료진과 장비 등은 존스홉킨스병원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와 의료 서비스 질을 유지한다.

지금까지는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에 대한 관련법이 없어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힘들었다. 예를 들어 의료기관이 외국 회사와 합작법인 형태로 해외에 진출하려면 의료기관이 속한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관련 규정이 없으니 허가도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명지병원은 2011년 러시아 현지 회사와 합작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종합건강검진센터를 설립하려고 했지만 보건복지부가 중재에 나설 때까지 2년 동안 허가받지 못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번 제도 개편을 계기로 비영리 병원의 민간 자본 유치를 위한 별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 지자체에 배포, 정관에 반영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을 위한 민간 자본 유치는 의료계의 숙원이었다.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해 해외 진출 자체가 무산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길병원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 심혈관 전문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병원 리모델링과 의료장비 구입 등에 필요한 150억원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박국양 길병원 부원장은 “키르기스스탄 정부로부터 공립병원 건물을 무상 임대받기로 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 현지 병원 설립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의료법인이 민간 투자자를 모집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병원 신용 대출만으로는 투자금을 충당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병원의 해외 진출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은 이미 국내 의료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한 상황에서 고용 창출 여력이 큰 의료 부문에 대한 선제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리병원 설립에 야당이 반대하면서 의료법 개정을 통한 비영리 법인의 영리법인화는 당분간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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