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권력기관 사람들의 '가면 무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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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미명하에 사익 추구하는
권력기관 보며 국민들은 허탈
공정·청렴성에 인사 중점둬야
강봉균 < 건전재정포럼 대표·前 재경부 장관 >
권력기관 보며 국민들은 허탈
공정·청렴성에 인사 중점둬야
강봉균 < 건전재정포럼 대표·前 재경부 장관 >
우리 사회에는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법률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공직자들이 주로 여기에 해당되지만 언론인, 변호사, 시민운동가처럼 공직을 갖지 않고서도 국리민복을 위해 헌신하면서 산다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막강한 공권력을 갖고 있는 검찰과 법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같은 권력기관 사람들이 공익을 추구한다는 명분 아래 암묵적으로 자기들 집단의 사익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일 때 국민들은 가면무도회를 보는 것 같은 서글픔을 느끼게 된다.
요즘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재벌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들의 인신구속이 늘어나고 압수수색 현장이 TV를 통해 중계되고 있다. 서민들 입장에서야 재력이 있다고 법을 무시하고 탈세를 일삼는 사람들을 엄하게 다스리는 정부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러나 재벌 총수들이 인신구속을 피하기 위해 법조계에 뿌려대는 돈이 천문학적 규모일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유명 로펌에 고위직 판검사 출신이 포진해서 수십억원씩 연봉을 받고, 회사 내에 법조팀을 운영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텐데, 이 모든 비용이 결국 국민들에게 전가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세청은 요즘 고강도 세무조사를 통해 세수 결함도 메우고, 복지재원 조달에도 기여하기 위해 무척 분주한 모습이다. 나름대로는 세금을 꼬박꼬박 내왔다고 생각하는 기업이나 국민들은 세무조사로 추가적 세금을 물게 되면 억울한 생각이 들기 때문에 국세청에 연줄을 찾을 궁리를 하게 마련이다. 한국 세법은 해석이 모호한 대목이 많고 세무조사 기준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세무조사 결과에 승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국세청장은 세무조사가 강화되면 세무비리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국세청 직원들의 대민 접촉을 금지한다고 하지만 세무조사 자체가 현장조사이기 때문에 납세자와 접촉을 피할 수 없고, 퇴직 공무원인 세무사들의 대고객 서비스까지 감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10여년 전부터 공정위 출신 공무원 몸값이 크게 올랐다고 한다. 공정위가 대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엄격히 다스려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커지면서 벌칙금 부과 규모를 대폭 상향하자 재벌 대기업들과 로펌들이 공정위 출신들을 비싼 값에 모셔가기 시작한 것이다.
감사원이라는 기구가 회계감사만 하도록 돼 있는 나라가 많지만 한국은 이른바 정책감사를 강화해서 예산 낭비와 부정비리의 근원을 치유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감사원의 소위 무소불위 권력이 행정기관은 물론 금융기관, 공기업 같은 주요 기관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누르는 역기능을 하고 있음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게 됐다.
우리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가 새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추구하는 주요 목표가 됐다. 그래서 주요 공권력기관들의 기능이 공익을 앞세워 강화되고 있으나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집단적 사익추구 동기가 공권력 행사의 공정성이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새 정부를 이끌고 있는 집권세력은 기관장을 임명할 때 공정성 청렴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 국정철학을 공유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인선 기준에 그보다 더 중요한 덕목이 따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업무처리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도 중시해야 하겠지만, 해당 기관 자체의 권력을 강화하고 기득권을 키우려는 데만 몰두하는 전문가는 결국 공익이라는 가면을 쓰고 사익을 추구하는 수장에 불과할 것이다. 검찰총장, 감사원장 같은 권력기관장을 고를 때는 권력기관 자체의 기관이익보다는 국민 전체를 위한 공익을 추구해 나갈 소신과 철학이 있는 인물을 고르는 일에 인사검증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강봉균 < 건전재정포럼 대표·前 재경부 장관 >
요즘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재벌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들의 인신구속이 늘어나고 압수수색 현장이 TV를 통해 중계되고 있다. 서민들 입장에서야 재력이 있다고 법을 무시하고 탈세를 일삼는 사람들을 엄하게 다스리는 정부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러나 재벌 총수들이 인신구속을 피하기 위해 법조계에 뿌려대는 돈이 천문학적 규모일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유명 로펌에 고위직 판검사 출신이 포진해서 수십억원씩 연봉을 받고, 회사 내에 법조팀을 운영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텐데, 이 모든 비용이 결국 국민들에게 전가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세청은 요즘 고강도 세무조사를 통해 세수 결함도 메우고, 복지재원 조달에도 기여하기 위해 무척 분주한 모습이다. 나름대로는 세금을 꼬박꼬박 내왔다고 생각하는 기업이나 국민들은 세무조사로 추가적 세금을 물게 되면 억울한 생각이 들기 때문에 국세청에 연줄을 찾을 궁리를 하게 마련이다. 한국 세법은 해석이 모호한 대목이 많고 세무조사 기준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세무조사 결과에 승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국세청장은 세무조사가 강화되면 세무비리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국세청 직원들의 대민 접촉을 금지한다고 하지만 세무조사 자체가 현장조사이기 때문에 납세자와 접촉을 피할 수 없고, 퇴직 공무원인 세무사들의 대고객 서비스까지 감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10여년 전부터 공정위 출신 공무원 몸값이 크게 올랐다고 한다. 공정위가 대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엄격히 다스려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커지면서 벌칙금 부과 규모를 대폭 상향하자 재벌 대기업들과 로펌들이 공정위 출신들을 비싼 값에 모셔가기 시작한 것이다.
감사원이라는 기구가 회계감사만 하도록 돼 있는 나라가 많지만 한국은 이른바 정책감사를 강화해서 예산 낭비와 부정비리의 근원을 치유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감사원의 소위 무소불위 권력이 행정기관은 물론 금융기관, 공기업 같은 주요 기관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누르는 역기능을 하고 있음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게 됐다.
우리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가 새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추구하는 주요 목표가 됐다. 그래서 주요 공권력기관들의 기능이 공익을 앞세워 강화되고 있으나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집단적 사익추구 동기가 공권력 행사의 공정성이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새 정부를 이끌고 있는 집권세력은 기관장을 임명할 때 공정성 청렴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 국정철학을 공유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인선 기준에 그보다 더 중요한 덕목이 따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업무처리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도 중시해야 하겠지만, 해당 기관 자체의 권력을 강화하고 기득권을 키우려는 데만 몰두하는 전문가는 결국 공익이라는 가면을 쓰고 사익을 추구하는 수장에 불과할 것이다. 검찰총장, 감사원장 같은 권력기관장을 고를 때는 권력기관 자체의 기관이익보다는 국민 전체를 위한 공익을 추구해 나갈 소신과 철학이 있는 인물을 고르는 일에 인사검증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강봉균 < 건전재정포럼 대표·前 재경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