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에 캐나다 소설가 앨리스 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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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빛나는 언어로 인생의 진리 포착…단편작가로는 첫 영예
이 시대의 체호프
'행복한 그림자의 춤', '디어 라이프' 등 발표
"소박한 삶에서 큰 감동 이끌어낸 작가"
이 시대의 체호프
'행복한 그림자의 춤', '디어 라이프' 등 발표
"소박한 삶에서 큰 감동 이끌어낸 작가"
2013년 노벨문학상은 캐나다의 여성 단편작가 앨리스 먼로(82)에게 돌아갔다. 인간과 삶의 찰나에서 인생의 진리를 포착해 단편으로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이름난 작가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역사와 허구, 가족사를 탐구해 결합하는 현대 단편소설의 대가”라며 먼로의 수상을 알렸다. 단편 작가로는 최초의 노벨상 수상이며 캐나다 출신인 미국 소설가 솔 벨로를 제외하면 캐나다 작가의 수상도 처음이다. 여성 작가로는 노벨문학상이 생긴 1901년 이후 13번째다.
먼로는 유일한 장편이자 독서치료 교재로 쓰이기도 하는 《소녀와 여성의 삶》을 제외하면 10대 때부터 단편소설만 써왔다. 짧은 단편 속에 복잡미묘한 삶 전체의 진면목을 그려내 ‘이 시대의 체호프’라 불린다. 스웨덴 한림원은 “온타리오의 시골 울타리에 기대 앉아 인생의 본질을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고 사람들의 다양한 느낌을 잘 표현한다”며 “소박한 인생에서 큰 감동을 이끌어내는 작가”라고 말했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순간에 묻어 있는 진리를 시골 평원에서 바라보며 결 고운 문장으로 표현한다는 설명이다.
먼로는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시골 마을 윙엄에서 농부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웨스턴온타리오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던 10대 때 첫 단편 ‘그림자의 세계’를 발표했다. 1951년 첫 번째 남편과 결혼 하면서 학업을 중단한 그는 이후 남편과 함께 캐나다 빅토리아에 정착한 뒤 서점을 열었다.
1968년 출간된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캐나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총독문학상을 받았다. 이후 그는 《소녀와 여성의 삶》《내가 너에게 말하려 했던 것》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북미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제대로 묘사하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1978년 《너는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와 1986년 《사랑의 경과》로 총독문학상을 두 번 더 수상했다. 1998년에는 《착한 여인의 사랑》을, 2004년에는 《떠남》을 발표해 두 차례 길러상을 받았다. 2001년 발표한 열 번째 단편집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의 표제작은 영화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로 만들어져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먼로의 작품은 모국인 캐나다에서뿐 아니라 영어권 전체에서 사랑받았다. 미국에서 전미비평가협회상과 오헨리상을 받았고, 2009년에는 “다른 작가들이 평생에 걸쳐 이룩할 만한 깊이와 지혜, 정확성을 작품마다 성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영국 최고 권위의 맨 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 먼로의 주요 작품으로 2012년 발표한 13번째 단편집 《디어 라이프》를 소개했다. 언니의 익사사고 후 평생을 그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동생을 그린 ‘자갈’,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약혼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기차에서 뛰어내린 군인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기차’ 등의 작품이 수록됐다.
먼로는 이 작품을 끝으로 글쓰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스웨덴 한림원은 “그동안의 성취로도 노벨문학상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수상을 결정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발표 전 수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수상 사실을 미리 통보한다. 하지만 먼로는 이날 집을 비워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메시지를 남겨 수상을 알렸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