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에서 삭제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해 검찰이 “초본이 아니라 완성본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는 “삭제된 대화록은 초본이어서 완성본이 만들어진 뒤 자연스럽게 폐기된 것”이라는 야권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삭제본의 최종본 여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 △회의록이 대통령기록물인지 여부 등이 검찰수사 핵심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4일 “(대화록은) 사라졌다가 복구된 것, 발견된 것,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것 모두 완성본이기 때문에 초안을 삭제하고 수정해서 최종본을 만들었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며 “굳이 얘기하자면 사라진 것이 완성본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지시를 받고 삭제했다 하더라도 공범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해 당시 이 문제에 관여한 실무진에 대한 형사 처벌 가능성도 시사했다.

검찰과 정치권의 이 같은 논란은 삭제본이 수정 전 초본인지 완성본인지에 따라 삭제 행위의 위법성이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권은 삭제본이 수정을 거쳐 최종본을 만들기 전의 초안일 경우 삭제 지시가 대통령기록물 훼손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행위’로 볼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초본이든 완성본이든 똑같이 대통령기록물이기 때문에 이를 임의로 삭제하는 것은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행위라고 보고 있다.

회의록의 성격을 두고서도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검찰은 봉하이지원에서 발견된 회의록은 대통령기록물로, 국정원에서 보관 중인 회의록은 공공기록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회의록의 비이관·삭제 행위는 불법이 되고 국정원이 회의록을 유출해 열람한 행위는 합법적인 것이 된다. 공공기록물은 공공기관에서 직무 수행에 필요할 때 제한적으로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물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 보관해야 하며, 대통령지정기록물인 경우 15년까지 비공개로 보존된다.

삭제를 누가 지시했는지 여부와 처벌 가능성도 관심사다. 검찰은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말에 이지원에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삭제하기 위한 특별회의를 열고 회의록 삭제를 최종 결정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기록물을 파기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