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는 16일 중소기업 공제사업기금 지원을 받아 경영 위기를 극복한 6개사를 초청, ‘위기극복 사례 발표 및 감사 행사’를 열었다. 장상국 그린맥스 관리이사(왼쪽부터), 김순성 파인켐텍 사장, 조성환 신성컨트롤 사장, 전석봉 중기중앙회 공제사업본부장, 안경규 에이스이노텍 사장, 김효기 삼진프라코 관리부장 등이 감사장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중소기업중앙회는 16일 중소기업 공제사업기금 지원을 받아 경영 위기를 극복한 6개사를 초청, ‘위기극복 사례 발표 및 감사 행사’를 열었다. 장상국 그린맥스 관리이사(왼쪽부터), 김순성 파인켐텍 사장, 조성환 신성컨트롤 사장, 전석봉 중기중앙회 공제사업본부장, 안경규 에이스이노텍 사장, 김효기 삼진프라코 관리부장 등이 감사장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1994년 거래처 두 곳이 갑자기 부도났습니다. 채권 2억원을 회수하지 못해 직원들 월급도 못 주던 때였죠. 그때 중소기업 공제사업기금의 ‘부도어음 대출’로 간신히 살아났습니다.”(강대식 그린맥스 사장)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공제사업기금 위기극복 사례 발표 및 감사 행사’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의 갖가지 사연이 쏟아졌다. 이들은 중기중앙회에서 운용하는 중소기업 공제사업기금으로부터 자금을 조달, 위기를 극복한 업체들이다. 중기 공제기금은 1984년 시작된 국내에서 유일한 중소기업 상호부조 공제제도다.

○“부도어음 대출로 위기 극복”

1988년 인천 남동공단에서 특장차 부품 제조·판매 사업을 시작한 강 사장은 1991년 공제기금에 가입했다. 물품을 납품하고 거래처에서 받은 약속어음이 금융권 할인이 안 돼 곤란을 겪고 있을 때 공제기금에서 어음대출을 받게 됐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거래처가 도산하고 금융권 대출도 막혀 한때 사업 포기까지 결심했으나, 이때도 공제기금의 부도어음 대출로 기사회생했다.

강 사장은 “담보 제공, 연대보증인 요구 등 은행에선 중소기업에 까다로운 약정 체결 조건을 내걸어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며 “공제기금은 금융권만큼 규모가 크지 않지만 한도 내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기 공제기금을 ‘한 줄기 빛’ 같다고도 표현했다.

아크릴 접착제를 생산하는 파인켐텍은 2008년 회사 규모가 커질 때 공제기금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거래처에서 당좌수표 등을 받아 당장 현금화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은행에서는 할인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했다고 한다.

김순성 사장은 “공제기금은 1년에 열 번 이상 가계·당좌수표 대출을 해줬다”며 “단기운영자금 대출 7500만원을 받아 원부자재를 구매하고 운영비를 조달해 회사를 지금의 규모로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출 최저금리는 연 5%

방음판 제조업체 신성컨트롤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어음수표 대출을 40회가량 이용한 ‘모범생’이다. 지난해 거래처가 부도났을 때 5억5000만원의 부도어음 대출을 받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낮고 수수료가 없어 올해 이미 여섯 차례 이용했다”고 밝혔다.

기금 가입 기업들은 IMF와 유럽발 재정위기 등 어려운 시기마다 공제기금이 위기의 강을 건너게 해준 다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기금은 거래처 부도에 따른 연쇄 도산 방지 및 경영 안정화를 위해 1984년 만들어졌다. 지난 4월 말 현재 1만3500여개의 중소기업이 가입했으며, 이들에게 7조8000억원이 지원됐다.

기금 규모는 4300억원으로 공제부금이 62.3%, 정부 출연금 33%, 운용수익 4.7%로 이뤄져 있다. 전석봉 중기중앙회 공제사업본부장은 “다음달부터 기금에 가입한 중소기업이 자금을 더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대출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동산 담보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이라면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 안산 울산 포항 목포 등 전국 주요 도시에 공제기금 출장소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 대출 상품은 부도어음대출, 어음·수표대출(어음과 수표의 현금화), 단기운영자금대출, 매출채권보험담보 대출, 공동구매·판매사업자금대출 등 다양하다.

부도어음대출은 무이자, 다른 상품의 최저금리는 대략 연 5% 선이다. 최근 기업은행 외에도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으로 거래은행을 확대했다. 부금을 다른 기업에 승계할 수는 없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 中企 공제사업기금

중소기업을 위한 상호 부조기금.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을 막고 경영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1984년 6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만들었다.

부금은 한 달에 10만~200만원씩 낸다. 일곱 번 이상 부금을 납부하면 신용등급에 따라 부금 잔액의 3~20배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