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후 청와대를 거쳐 공기업 사장 또는 공공기관장, 고위 임원으로 재취업한 인사가 최소 4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부처에서 산하기관 고위직으로 자리를 옮긴 인사도 251명으로 집계돼 이른바 ‘낙하산 인사’만 300명에 달했다.

◆‘낙하산 인사’ 총 300여명

3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정보를 공개한 287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감사, 상임이사 가운데 청와대 출신 인사는 44명이다. 이 중 40명은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지난해 이후 임기를 시작했다.

이들 중 기관장은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전 정무1비서관), 정정길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전 대통령실장), 양유석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원장(전 방송정보통신비서관) 등이다. 최찬묵 전 대통령실 경호처 차장은 지난 2월 인천항보안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관의 ‘2인자’로 불리는 감사는 올 하반기에만 한국감정원 등 9곳을 포함, 지난해부터 모두 19곳에 청와대 또는 대통령 직속기구 출신이 포진했다.

이달 들어서는 비서관급 청와대 비서진 4명이 KOTRA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감정원의 감사로 선임됐다. 이진규 정무1비서관은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으로 가려다 노조 반발에 부딪히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나머지 공공기관의 기관장·임원은 담당 정부 부처 출신 공무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공무원 경력이 확인된 인사만 251명이다. 국토해양부는 산하 32개 공공기관에 30명이, 지식경제부는 산하 60개 기관에 22명이 기관장이나 고위 임원으로 내려갔다.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부도 10명 안팎의 공무원 출신 기관장·임원을 배출했다. 감사원과 군 출신도 공공기관 10곳에 각각 감사를 내려보냈다.

◆차기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 없어질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가장 중요한 인선 기준으로 전문성을 꼽으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붙은 가운데 차기 정부에서 과연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신들을 위한 나눠먹기 인사가 사라질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외부 인사들이 공공기관 임원이 될 경우 업무 효율성과 연속성을 해치고 내부 구성원에게 박탈감을 심어주는 등 역기능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낙하산 인사 자체보다는 전문성이 없는 인사가 공공기관 임원으로 가는 것이 문제”라며 “이를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보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명석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도 제도상으로는 상당히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게 돼 있지만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하면 무시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 당선인이 취임사 등에서 낙하산 인사 관행을 없애겠다고 공언하고 이를 어길 경우 확실하게 제재한다면 새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사그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차기 정부 출범 첫해인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 기관장·임원은 177개 기관에 367명이다. 이 중 기관 내부 승진자는 96명. 나머지 271명 중 대부분은 청와대, 국회, 정부 출신이다.

이심기 기자 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