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화상은 뜨거운 물이나 화염 등 높은 온도의 열에 피부가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 하지만 영하의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는 요즘 전기장판이나 손난로 등을 사용하는 수요 증가와 함께 저온화상을 입는 사람들도 함께 늘고 있다.

피부 아래에 흐르는 혈액은 체온을 조절한다. 따뜻한 물건을 만지거나 가까이 하면 우리 몸은 혈관을 확장시켜 열을 발산한다. 하지만 40도 내외의 열을 오랫동안 직접 쬐면 발산하던 열이 피부 근처에 뭉치기 시작한다. 같은 위치에 열이 뭉친 상태가 장시간 지속되면 그 활동이 둔해져 열을 발산할 수 없게 돼 피부 근처에 축적된다. 그렇게 입게 되는 것이 바로 저온화상이다.

저온화상이 발생하더라도 피부의 진피나 지방세포는 아픔을 느끼는 신경이 적어 통증을 느끼기 어렵고 피부 변화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일반인이 증상을 알아보기 쉽지 않다. 하지만 미국화상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44도에선 1시간, 50도에선 3분, 60도에선 8초 이상 피부가 노출되면 피부를 구성하는 단백질이 파괴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일단 저온화상이 본격화되면 피부가 붉게 변하는 홍반이 나타나고 수포가 생기거나 피부색소가 까맣게 침착된다. 심할 경우 진피층과 근육조직이 괴사하고 신경조직까지 훼손될 수 있다. 말초신경이 무뎌진 당뇨환자의 경우 뜨거운 것에 대한 감각을 느끼지 못해 저온화상 범위가 일반인보다 훨씬 넓다.

저온화상이 발생하면 찬물로 화상부위를 식히더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징그럽다며 수포를 터뜨리거나 피부에 일반 연고를 바르면 상처 부위에 세균 감염 위험이 커진다. 중증일 경우 피부 건조를 막는 바세린 계통의 연고나 감염을 막기 위한 항생 연고를 바르는 게 좋다. 열을 받아 피부색이 검게 침착되거나 수포가 발생할 정도로 심해졌다면 빨리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이석 신사테마피부과 원장은 “시장이나 야외현장에서 일하면서 불을 직접 쬐는 사람들이 저온화상을 입을 확률이 높다”며 “직접 쬐는 난방용품을 아예 피부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좋지만 불가피할 경우 옷이나 장갑을 착용하거나 두꺼운 이불을 덮는 등 열과 직접 접촉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