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내주 중 구성된다고 한다. 인수위는 내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에 앞서 지난 정부에서 추진해온 현안을 소상히 파악해 새 정부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정부의 일관성이 유지되게끔 하는 것이 본래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세간에선 인수위원 인선부터 초미의 관심사다. 1987년 이후 역대 정권의 인수위원 총 111명 중 76명(68.5%)이 내각과 청와대 요직에 기용됐기 때문이다.

직선제 개헌 이후 다섯 차례 정권교체 때마다 인수위 활동과정에서 적지 않은 마찰이 일어났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인수위원들이 마치 점령군이라도 된 듯 각 부처 관료들을 불러다 호통치고, 설익은 정책구상을 쏟아내 혼선을 부채질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인수위는 점령군도 아니고 정책을 수립하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인수위는 그 속성상 대선 승리에 따른 자신감과 의욕이 넘쳐 오버액션하기 딱 좋은 구조다. 따라서 인수위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면 어깨 힘부터 빼야 한다.

인수자가 아닌 인계하는 쪽의 자세도 중요하다. MB정부는 지난 5년 국정을 백서로 만들어 넘기고 차기정권에 가능한 한 모든 국정 정보를 넘겨줘야 한다. 국정의 정보 하나하나가 공공의 재산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처럼 국정자료를 대량 파기하고 껍데기만 넘겨줬다는 식의 시비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박 당선인은 앞으로 두 달간 숨 돌릴 틈도 없을 것이다.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정부조직 개편, 인사검증 및 조각(組閣), 인사청문회까지 일사천리로 처리해야 한다. 인수위 활동과 조각 인사는 정권의 초기 성패를 좌우한다. 박 당선인은 정무형 인사를 배제하고 작은 규모의 실무형 인수위를 꾸린다는 복안이라고 한다. 규모가 아니라 인수위원들의 자세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