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삼보만의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순간 정책자금, 세제, 인력공급, 판로 등 다방면에 걸쳐 160여개에 달하는 혜택이 사라지는 탓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이다. 신제품이 잘팔려 매출이 늘어나면 중소기업 요건에서 벗어날까봐 오히려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원화 가치 강세가 수출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며 반기는 기업까지 있다고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설문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이 중견 기업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려고 기업을 쪼개거나 사업부문을 파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했다고 한다. 심지어 임시직을 확대해 상시 근로자 수를 조정하는 사례까지 나올정도다.
중소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대가 만드는 역설이다. 역량 있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으로 다시 내려가야하니 이런 역주행도 없다. 세계 기업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비극이다. 소비자의 이익과 산업경쟁력이 희생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사이에 부실기업은 정부 지원을 받아 연명하며 퇴출이 지연된다. 영원히 피터팬으로 남아 안주하려는 기업들만 늘고 있다. 기업가정신이 점점 시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