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6년 동안 세탁기 하나에 매달려 세계 1등 ‘신화’를 만들어낸 주역이 LG전자 사장에 발탁됐다. LG생활건강의 섬유유연제를 국내 1위로 끌어올린 주인공도 공채 출신 첫 여성 전무에 올랐다.

LG전자와 LG생활건강, LG상사, LG실트론 등 4개 LG 계열사는 28일 이 같은 2013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모든 임원은 시장 선도 성과로 평가할 것”이라는 구본무 LG 회장의 의중을 담아 파격 발탁 인사가 많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체적으로 인사폭은 작년과 비슷했으나 주력 계열사 LG전자는 지난해보다 5명 줄어든 38명을 승진시켰다. LG전자 사장(2명)과 부사장(3명) 승진자는 작년보다 1명, 2명씩 늘었다.

생활가전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장(사장)으로 승진한 조성진 세탁기사업부장(56·사진)은 LG전자 첫 고졸 출신 사장이다. 1976년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산학 우수 장학생으로 입사해 줄곧 세탁기만 연구했다. 1995년 세탁기설계실장을 맡은 뒤 일본 기술을 들여오는 쉬운 길 대신 독자 기술 개발에 나섰다. 1999년 세탁통에 직접 연결한 모터로 작동하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조 사장에게 HA사업본부장을 물려주는 신문범 부사장(58)은 사장으로 승진해 중국법인장으로 옮긴다.

1986년 LG생활건강 공채로 입사해 여성 특유의 감각으로 경쟁 업체 피죤을 꺾고 섬유유연제를 국내 1위에 올려 놓은 이정애 LG생활건강 생활용품사업부장(49)은 전무로 승진했다.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나머지 계열사는 29일 임원인사를 발표한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고 오장수 LG화학 부사장(58)이 LG하우시스 대표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