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天池…세상이 '신천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중국 옌볜·백두산
깨끗하고 야경이 예쁜 도시 옌지…양꼬치 요리, 한국인 입맛에 딱
반짝이는 눈에 덮인 백두산 천지의 웅장함·신비함에 압도
깨끗하고 야경이 예쁜 도시 옌지…양꼬치 요리, 한국인 입맛에 딱
반짝이는 눈에 덮인 백두산 천지의 웅장함·신비함에 압도
중국 속의 한국 또는 한국의 작은 지방도시를 연상케 하는 곳. 서울에서 비행기로 2시간이면 닿는 지린(吉林)성 옌볜조선족자치주에서는 우리 민족의 발자취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예부터 간도라 불렸던 이곳에는 조선 후기부터 한인들이 옮겨살기 시작했다. 지금도 전체 인구의 41% 정도가 조선족이다.
조선족자치주의 주도인 옌지(延吉)공항에 내리자 희미한 조명 탓에 공항청사가 어두컴컴한 데다 왁자지껄 시끄러운 분위기가 중국임을 실감케 한다. 공항을 통과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승객 중 상당수는 한국을 오가며 보따리 무역을 하는 우리 동포들이다. 공항 세관에서도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니 편리하다. 공항에서 차를 타고 강변도로를 따라 시내를 달리면서 보니 깨끗하게 정돈된 거리가 인상적이다.
자치주 성립 60주년, 깔금해진 옌볜
옌지 시내의 단정하게 정돈된 간판은 우리의 신도시를 연상케 했다. 동행한 시 공무원은 한국 간판을 벤치마킹해 이렇게 정리했다고 귀띔한다. 이곳에선 한글과 한자를 나란히 표기하기 때문에 한국인지 중국인지 선뜻 구분이 안 될 정도다. 거리의 자동차도 대부분 한국산이고 시내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광고 속 모델들은 한복을 입고 있다. 심지어 공안(경찰) 유니폼에도 한글로 ‘경찰’이라고 표시돼 있어 깜짝 놀랐다.
옌볜조선족자치주는 올해 자치주 지정 6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행사를 열었다. 동북3성 진흥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으로 도시 곳곳은 깨끗이 정비됐다. 모든 건물에 설치된 네온사인은 멋진 야경을 연출하고 있어 옌지는 중국 어느 도시보다도 깨끗하고 예쁜 모습을 자랑한다.
옌지 시내는 아직도 곳곳이 공사 중이다. 한국인이 설계한 대형 유통센터는 1차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제성장률 18%라는 말에 귀가 번뜩인다. 사업하는 사람에게는 기회의 땅이어서다. 옌지의 가장 번화한 거리에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형 화면과 함께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백화점의 1개 층을 한국상품관으로 특화할 만큼 한류열풍이 대단한 덕분에 최근 조선족들은 목에 힘을 주고 다닌다고 한다.
옌지시 중앙역은 한국의 전통적인 갓 모양을 하고 있는데 한국 건축가가 설계한 작품이라고 한다. 역 오른편의 ‘연길환락궁’이라는 대형 극장에서는 자치주 성립 60주년 기념으로 장기공연에 들어간 조선피바다가극단의 ‘천지의 노래’를 공연 중이다. 흥겨운 박자와 역동적인 춤솜씨가 소름이 돋을 정도다. 우리 민족의 뜨거운 피속에 흐르는 열정은 남과 북이 하나인 것 같다. 이들이 청바지를 입고 춤을 추면 소녀시대가 되고 카라가 되지 않을까?
우리 입맛에 딱 맞는 양꼬치구이
옌볜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음식이다. 풍부한 중국식 재료에 한국식 조리법이 일품이다. 게다가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한글로 메뉴가 돼 있어 더욱 편하다. 옌볜과 북한 사람들이 즐기는 ‘단고기’(개고기)는 코스로 준비돼 있다. 신도시 개발과 함께 옌지 구도시의 유명한 식당들은 한국식 ‘먹자타운’의 고급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단고기 샤부샤부는 적당히 익힌 수육과 함께 채소를 끓고 있는 뽀얀 육수에 담가 먹는데,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메뉴다.
양꼬치도 옌볜의 특징적인 음식이다. 중국의 양꼬치는 조선족이 즐기는 몽골식 변형 양꼬치와 신장 위구르지역에서 먹는 양꼬치 방식이 있는데, 우리 입에는 역시 조선족식 양꼬치가 제맛이다. 한국에도 양꼬치집이 많지만 차이가 있다면 이곳에선 꼬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 양을 부위별로 모두 먹을 수 있으며 가격도 매우 싸다. 옌볜지역에서 생산되는 빙티엔(氷川)맥주와 기본 밑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를 곁들여 먹다보니 빈 꼬챙이가 산처럼 쌓여간다.
훈춘·투먼에서 건너다보는 북녘땅
옌지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약 1시간 정도 북서쪽으로 달리면 훈춘시가 나온다. 한국의 포스코와 현대가 투자한 물류단지가 있는 곳으로 지난 5월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이 물류단지가 완공되면 북한의 나진항 및 러시아의 자루비노항을 통해 동해와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물류 통로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내륙에서는 고속철도 공사가 한창인데 2014년까지 베이징~옌지~훈춘을 잇는 공사다. 훈춘 시내에선 최근 러시아와의 교역 때문에 간판이나 메뉴판 등에 한글, 한자, 러시아어를 병기하고 있다. 점심을 먹으로 들어간 만두집에서도 외식하러 나온 러시아 가족이 여럿 보였다.
훈춘에서 다시 두만강 쪽을 달리다 보면 대륙의 끝에서 러시아, 중국, 북한이 만나는 국경지대다. 분단의 아픔을 겪으며 섬 아닌 섬나라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로선 이웃나라와의 국경선을 본다는 게 낯선 경험이다.
돌아오는 길에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인 투먼(圖們)에 들렀다. 중국과 북한 무역의 70%는 단둥을 통해 이뤄지지만 투먼을 통해서는 나진~선봉으로 들어가는 중국의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또 다른 외화벌이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투먼의 중조(中朝))우의교 아래로 흐르는 두만강에는 새로운 국경선이 놓이고 있다. 강이 얼면 북한과 중국의 어린이들이 함께 썰매와 스케이트를 타며 양쪽을 오갔지만 지금은 탈북자를 막기 위해 철조망 공사를 하고 있다. 뉴스를 통해 봤던 북한 쪽의 각종 선전 구호는 깨끗이 정리돼 김정은 체제 이후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눈덮인 백두산, 눈부신 천지(天池)
산을 많이 좋아하는 이들은 잎을 떨군 나무들이 알몸을 보여주는 겨울산이 제일이라고 한다.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도 마찬가지다. 백두산 관광의 적기는 늦봄부터 가을까지로 알려져 있지만 겨울 백두산 설경의 장관은 겨울 여행자를 불러들인다.
옌지에서 차로 3시간, 250㎞를 달리자 백두산이다. 생각보다 도로가 잘 정비돼 있는데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50㎞가 단축돼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1992년부터 중국이 장바이산(長白山)이라 부르고 있는 백두산 입구에 도착하니 설악산 입구보다도 근사하고 깨끗하게 꾸며놨다. 모든 것이 새롭게 단장됐다. 직원들의 깔끔한 유니폼이 변화하는 중국을 실감케 한다.
백두산 입구의 새로 지은 화장실은 지금까지 중국에서 본 것 중 가장 깨끗하다. 입구 주변의 온천과 호텔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모두 철거했고, 유일하게 남아있는 대우호텔도 곧 철거된다고 한다.
입구에서 백두산 정상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 다시 4륜구동 지프를 갈아타야 한다. 성수기에는 지프를 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지프가 10m 간격으로 정상을 향해 오르내릴 만큼 사람이 몰려들어서다. 젊은 운전기사가 차를 어찌나 험하게 모는지 오금이 저린다. 눈 쌓인 도로를 보니 벌써부터 내려오는 길이 걱정이다.
저린 오금을 딛고 간신히 지프에서 내리니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5분만 걸으면 그토록 보고 싶던 천지다. 하늘은 파란 물감을 뿌린 듯 청명하고 밤새 내린 눈이 너무 반짝여서 천지의 본래 모습을 보기 어려울 만큼 눈이 부시다. 백두산 정상에서 이런 날씨를 만나는 건 큰 행운이다. 백두산의 중국 쪽은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으나 건너편의 북한 땅 백두산에는 인적을 찾아볼 수 없다.
정상에서 바라본 천지의 비경은 한 폭의 멋진 풍경화를 보고 있는 듯하다. 그 웅장함과 신비함에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대륙은 반도인이 느낄 수 없는 웅장함을 전해준다. 통일이 돼서 대륙을 향해 차를 몰아 유럽 여행을 떠난다고 상상해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지프를 타고 천지에서 내려와 버스로 갈아타니 장백폭포에 닿는다. 장백폭포는 중국 동북지역에서 가장 큰 폭포로 60m가 넘는 길이를 자랑한다. 평균 수량은 초당 2.15t에 달해 200m 떨어진 곳에서도 폭포소리가 들리고, 다른 모든 폭포가 얼어붙는 한겨울에도 이 폭포만은 얼지 않는다고 한다. 땅밑에서 온천수가 올라와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등산로 입구에서 파는 뜨거운 온천수에 익힌 계란과 옥수수는 지나는 이들이 반드시 사먹는 간식이 돼버렸다. 이 가게의 연간 임대료가 우리돈으로 억대를 넘는다고 하니 도대체 계란을 얼마나 판다는 것일까.
백두산 천지의 신비로운 풍경을 보며 한 해를 정리하고 광활한 대륙을 보며 큰 꿈을 그려보면 어떨까. 게다가 입을 즐겁게 할 산해진미까지 기다리고 있으니….
여행팁 인천~옌지 2시간20분 … 백두산 주변 호텔·리조트 개장 잇따라
인천공항에서 옌지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20분 정도 걸리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중국 국제항공, 중국남방항공 등이 주5회 운항하고 있다. 백두산 여행은 봄부터 가을까지 인기가 있지만 겨울에도 여행할 수 있으니 천지의 설경에 도전해보자. 인천에서 옌지·선양(瀋陽)·창춘(長春)·다롄(大連)을 잇는 항공 노선 외에 중국 남방항공이 이달 중 선양~장바이산공항 노선에 취항하므로 항공 좌석도 늘어난다.
올해 초 호라이존리조트가 문을 연데 이어 장바이산공항에서 15분 거리에 완다그룹이 조성한 대규모 리조트를 비롯해 홀리데이인·쉐라톤 등의 호텔&리조트와 스키장도 이달 말 일제히 문을 열 예정이어서 즐길거리가 많아졌다.
일출을 보기 위해 백두산을 찾는 이들도 많다. 여행상품도 나와 있다. 하나투어는 다음달 30일 출발하는 ‘연길·백두산 새해일출 트레킹 4일’ 상품을 선보였다. 백두산 정상의 산장에서 숙박하기 때문에 올해 마지막 일몰과 내년 새해 일출을 백두산 정상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백두산 트레킹은 백두산 북파를 통해 천문봉에서 천지물가로 내려가는 15㎞ 코스로 약 5시간이 걸릴 예정. 코스가 어렵지는 않지만 아이젠 등 겨울철 등산용품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 119만원부터(유류할증료·비자 수수료 별도). 1577-1233
옌지공항은 규모가 작고, 보따리 무역상이 많아 통관 절차도 까다롭다. 시간은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날씨는 서울보다 많이 춥다. 백두산에 오를 경우 강풍에 대비해 방풍재킷, 모자, 장갑은 필수다. 위생 만족도가 떨어지는 화장실도 있으므로 가급적 호텔을 이용하는 게 좋다. 화장지나 물티슈를 갖고 다녀야 곤혹스런 상황을 면할 수 있다.
옌지=김정욱 기자 ju_kim@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