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23일 중앙당 폐지, 국회의원 숫자 및 정당 국고보조금 감축 등 정치 쇄신책을 들고 나왔다. 최근 역시 정치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의식해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기존 정당정치의 틀 속에서 쇄신책을 찾을 수밖에 없는 문 후보의 한계점을 부각시켜 향후 단일화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문 후보는 지난 22일 비례대표 의석 수를 현행 54석에서 100석으로 늘리고 대신 지역구 의석을 200석(기존 246석)으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치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안 후보 측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치개혁에 대해 누구보다도 열정을 바치신 분이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동서 분열을 넘어서기 위해 중·대선거구제 등 복합형 선거구로의 개혁을 여러 차례 얘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후보 측이 발표한) 200석-100석 정도의 선거구제 개편안은 이처럼 동서 화합을 위해 노력했던 노 전 대통령보다 치열함이 덜한 게 아니냐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의 정치쇄신안이 안 후보 측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인하대 강연에서 ‘국회의원 수 줄이기’나 ‘중앙당 폐지’ 등 구체적인 정치개혁안을 공개해 문 후보 측을 압박했다.

안 후보는 “새누리당의 정치적 확장뿐 아니라 정권 연장을 분명히 반대한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집권여당에 반대하니 정권을 달라고 하는 것 역시 또 다른 오류”라며 민주당을 함께 비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기성 정당에 기반하고 있는 데다 현역 지역구 의원인 문 후보 입장에서 의원 숫자를 줄인다거나 중앙당을 폐지하자는 수준까지 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는 역설적으로 무소속인 안 후보만이 내놓을 수 있는 의제였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민들이 볼 때 안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 후보 측 개혁안이 미흡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만큼 향후 단일화 논의에서 안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의 전제 조건으로 정치혁신을 민주당에 제안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말이야 하기 쉽다”며 “안 후보의 쇄신안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캠프 내 현역 의원이 단 한 명뿐인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는지 방법론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기/인천=허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