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힘들지만 보기는 쉽듯 항상 정상에 있을 순 없어…젊은 선수들 노력만이 살 길
1996년 프로가 된 뒤 1999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18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에서 16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주위에서 마지막날 우는 것 아니냐고 많이 묻지만 눈물보다 앞으로 할 일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더 눈을 반짝이며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1월 무릎과 발목 수술을 받은 뒤 7월까지 재활기간이 길어지면서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며 “10승을 채우지 못해 아쉽지만 평생 우승하지 못한 선수를 생각하면 그건 과욕인 것 같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에도 아팠는데 무리하게 대회에 출전하면서 몸을 더 망가뜨린 것 같아요. 3~4년 더 선수생활을 하고 싶었으나 후배들이 잘하면 나도 잘해야지 하는 승부욕이 생기는 게 아니라 그저 예쁘기만 하더라고요.”
2009년 아들을 낳은 그는 “수술받고 재활하는 동안 골프채를 한 번도 안 잡았다. 아들과 놀이공원으로 매일 놀려 다녔다. 이번 대회에서 덜컥 우승하면 안 될 것 같아 연습을 하나도 안 했다”고 말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그는 은퇴 후 후진 양성에 몰두할 계획이다. “3년 전 인천 고잔동에 문을 연 ‘김미현 골프월드’에서 선수 위주의 아카데미를 운영할 겁니다. 국내에서는 주로 스윙만 가르치는데 코스 매니지먼트와 멘탈, 쇼트게임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세계 무대의 우승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잘 전달해 지도자로 성공하고 싶어요.”
그는 후배들을 향해 “요즘 선수들은 체력훈련 등 이것저것 많이 하지만 저희 때처럼 연습을 많이 하지 않는다. 연습도 무작정 남이 5시간 하면 난 6시간 해야지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습을 어떻게 할 줄 모르면 쉴 줄도 모르게 된다”고 조언했다. 또 “2~3년 내 톱으로 성장하는 선수들이 있으나 항상 정상에 있을 수 없다. 버디는 잡기 힘들지만 보기하기는 너무 쉬운 것처럼 내려오기는 너무 쉽다.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하는 길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브라질올림픽 코치로 불러주면 “당연히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프로 생활을 한 스폰서와 함께 끝까지 한 경우는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데 끝까지 후원해준 KT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KT는 이날 은퇴식에서 ‘영원한 LPGA 우승자를 위하여’라는 글귀를 새긴 감사패를 그에게 전달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그의 은퇴 무대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김효주(17·롯데)가 찾아와 떠나는 대선배의 앞날을 축하해줬다. 김미현은 김효주에게 “아마추어로 성적을 잘 내다가 프로에 와서 주춤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프로 됐다고 연습을 게을리하지 말고 꾸준히 하라. 겁먹지 말고 자신감 있게 쳐서 성공하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인천=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