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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과장 & 李대리] 핑계대고 야근 빠졌다가 들켰을 때 위기탈출 비법

변명의 기술

더 높은 상사 팔아라 아니면 먼저 선수 치거나
가족 교통사고 '카드'는 조심…말이 씨가 되는 경우도
업무마감 늦어질 때는 "컴퓨터 뻑났다" 핑계 효과적
IT회사 직원들은 '전문용어 들이대기' 애용
광고회사 직원 김 대리와 그의 팀원들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경쟁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위해 며칠째 야근 중이었다. 어느날 최 팀장을 찾아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김 대리. “집에 계신 어머니가 몸이 많이 편찮으셔서요.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최 팀장은 “어머니 건강이 제일 먼저 아니겠냐”며 김 대리를 일찍 보냈다.

그날 저녁, 팀원들과 여전히 야근 중인 최 팀장에게 사장의 전화가 걸려왔다. “최 팀장, 김 대리 여자친구 엄청 예쁘던데? 나 지금 고객 접대하러 야구장에 왔는데 김 대리가 여자친구랑 같이 왔더라고. 불렀는데 시끄러워서 못 들었나봐.”

다음날 최 팀장에게 불려가 고개숙인 김 대리. “죄송합니다. 야근이 너무 많아 여자친구에게 시달림을 받았습니다. 어제도 시간을 못 내면 그냥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어요.”

변명(辨明).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구실을 대며 그 까닭을 말한다는 뜻의 단어다. 김 과장, 이 대리들은 오늘도 그들의 의지와 상관 없이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잘못에 대한 변명! 상사가 들어도 수긍이 가는 효과 만점의 변명이 있는가 하면 자칫 주먹을 부르는 핑계도 있다. 직장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변명의 기술들을 사례로 알아보자.

○이런 변명은 좀~

회식 자리에 빠지기 위해 “할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셨다”는 변명을 한 이 대리. 일찍 사무실을 빠져 나온 그는 여자친구와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며칠되지 않아 이 대리의 할아버지가 실제로 교통사고를 당한 것. 이 대리의 할아버지는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나갔다가 횡단보도를 침범한 차에 치였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이 대리는 깊은 죄책감에 빠져들었다. “저 때문에 사고가 난 것 같아 할아버지를 뵐 낯이 없더군요. 할아버지가 또 아프실까봐 더는 그런 변명 안합니다.”

상사의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얕은 수로 자꾸 변명하는 것도 좋지 않다. 늦은 시간까지 술을 즐기는 황 대리는 종종 늦잠을 자는 바람에 지각을 한다. 입에서 술 냄새가 술술 나는데도 황 대리의 변명은 늘 똑같다. “아침에 배가 너무 아파서요. 화장실에 들락거리느라 늦었습니다.” 한두 번쯤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줬던 박 부장이 어느날 따끔하게 한마디 했다. “술 때문에 속이 안 좋다는 것을 뻔히 아는데 술 얘기는 쏙 빼놓고 배 아프다는 얘기만 하는 것은 상사를 기만하는 변명 아닙니까?”

○SNS 때문에 변명도 힘들어

얼마 전 보고 싶던 가수의 콘서트를 예약하고 그날 오기만 손꼽아 기다리던 김 대리. 야근 근무표를 받아들고 깜짝놀랐다. 공연이 예정돼 있는 금요일 저녁 야근에 딱 걸려 있었기 때문. 공연을 포기할 수 없었던 김 대리는 지인이 상을 당해 장례식장에 가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회사를 빠져 나왔다.

문제는 공연을 같이 본 친구들의 입단속을 미처 하지 못했다는 것. 김 대리의 한 친구는 공연을 보던 도중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연 사진을 올렸다. “공연 분위기가 무르익어 신난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김 대리의 이름을 ‘태그’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공연을 즐기고 있던 김 대리는 나중에 그의 페이스북을 본 상사들에게 불려가 혼쭐이 났다.

○말하면 이뤄지리라

‘변명의 달인’ 박 대리는 연기의 달인이기도 하다. 그가 주로 하는 변명은 ‘몸이 아프다’는 것. 자주 써먹으면 의심을 받을 법도 하지만 누구도 그의 변명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연기력이 뛰어나다. “한번은 아프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정말 몸에서 열이 나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상사 앞에서 연기를 하느라 너무 집중한 나머지 눈물까지 나더라고요. 변명하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정말 아픈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입니다.”

“병원에 다녀왔어요.” 외근만 나가면 감감무소식인 신 대리에게 이유를 따져 물으면 대부분 이런 답이 돌아온다. 김 부장이 속이 터지는 건 신 대리 본인이 아파서 병원을 갔다온 게 아니기 때문. 동물애호가인 신 대리는 담벼락 밑에 있는 상처입은 고양이나 피부병에 걸린 유기견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래서 늘 단골 동물병원에 들렀다 온다. 한 번은 참다 못한 김 부장이 야단을 치자 신 대리가 눈물을 글썽이며 오히려 따지듯 외쳤다. “부장님, 생명은 소중한 거예요. 그런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건 쓰러져 있는 할머니나 다친 어린 아이를 못 본 척하는 것과 다름없다고요!”

○변명인지, 뻔뻔한 건지

중견 섬유회사에서 일하는 최 과장은 회사 문만 나서면 연락이 두절된다. 휴대폰에 회사 번호나 동료, 상사 이름이 뜨면 무조건 안 받기 때문. ‘회사 일은 회사에서 끝낸다’는 최 과장만의 원칙 때문이다. 그는 다음날 출근해 “차에 전화기를 두고 갔다. 고장났다. 술집에서 전화기가 바뀌었다. 진동 모드로 맞춰 놔 전화 오는 줄 몰랐다. 잃어버렸다” 등 온갖 핑계를 다 댄다.

업무상 급한 지시를 내려야 할 때면 상사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 그런 최 과장을 잘 아는 이 차장이 일부러 발신자표시제한으로 그에게 전화를 했다. 벨이 세 번 울리자 바로 받는 최 과장. 그러나 “여보세요. 최 과장, 나 이 차장인데….”까지 말하자 전화는 뚝 끊겼다. 최 과장은 다음날 머리를 긁적이며 “어제 전화하셨죠. 지하철 안이라 끊기더라고요. 나와서 전화드리려고 했는데 깜박했어요. 그런데 무슨 일 있었어요?”

○고수들은 먼저 선수친다

‘먼저 화내기’는 변명의 달인들에게 유용한 수단 중 하나다. 지각하면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버스가 갑자기 멈춰버리는 바람에 20분이나 길가에 서 있었다. 버스회사에 손해배상 청구하겠다”며 울분을 토하기 시작한다. 지시 받은 업무를 게을리하다 마감이 늦어질 때는 “컴퓨터가 망가졌다. 작업한 것이 다 날아갔다. 미치겠다”는 식으로 울부짖는다.

업무에 실수가 생기면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부하 직원을 질책하는 사람들도 이런 부류에 속한다. 얼굴이 시뻘개져서 한숨을 푹푹 내쉬거나 화를 내면 대부분의 상사들은 위로해주거나 말리게 된다.

○더 높은 상사를 팔아라

상사보다 높은 상사 핑계를 대는 것도 가끔씩 쓸 수 있는 변명이다. 부장이 “일 처리가 왜 늦어졌냐”고 물으면 “담당 임원이 시킨 일이 있어 먼저 처리하다보니 늦어졌다”는 식으로 답한다.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면 확인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다른 부서 핑계를 댈 때는 우리 부장보다 고참인 부장이나 임원이 맡고 있는 부서를 걸고 넘어져야 한다. 가급적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부서나 고위 임원이 맡고 있는 부서면 더욱 좋다.

○외부 협력사는 무슨 죄…

정보기술(IT) 관련 회사의 직원들은 ‘전문용어 들이대기’가 주로 쓰는 변명의 방식이다. 상사가 잘 모르는 용어를 들이대면서 업무가 지연된 이유나 일이 잘못된 경위를 설명한다. 상사들은 일단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면 쉽게 부하 직원을 혼내지 못한다. 장황하게 전문용어를 늘어놓고 나서 기술적 문제 또는 비용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생긴 상황임을 강조하거나 외부 협력사 때문이라는 식으로 끝맺음을 한다.

김일규/고경봉/윤정현/강영연/정소람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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