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가장 큰 강점인 실험정신은 오류를 수정해 나갈 수 있는 피드백이 갖춰졌을 때 가능합니다. 지금 세계 자본주의는 이 피드백을 복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팀 하포드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칼럼니스트가 최근 많은 국가에서 ‘탐욕의 체제’로 비판받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코리아 비전 컨퍼런스 2012 포럼’에 참석한 다른 석학들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궁지에 몰린 자본주의가 예전의 활력을 되찾으려면 피드백이 이뤄질 수 있는 정책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하포드 칼럼니스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 금융시스템의 피드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안전한 실패(failure in safe way)’를 할 때를 놓쳤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대 자본주의는 100억개가 넘는 재화와 용역이 그보다 많은 수의 공급망을 통해 거래될 정도로 복잡한 구조와 연결성을 갖고 있다”며 “금융위기에 무방비 상태로 당한 것도 당시 서브프라임과 각종 관련 금융 파생상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다면 그때 그때 수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어느 누구도 시스템의 큰 그림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얘기다. 때문에 현 위기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실패를 바로 수정할 수 있는 ‘안전한 실패’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정부의 역할을 내세웠다. 그는 “자본주의에 관한 논의의 흐름은 결국 정부의 역할에 관한 것”이라며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선별적으로 강한(narrow and strong)’ 정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정부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머 교수는 “특히 금융 분야에 강한 정부가 필요하다”며 “도시 운영이나 교통 문제, 범죄 대응, 노조 문제 등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 대부분의 경제가 자본주의를 향해 가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포괄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고 말했다. 졸릭 전 총재는 기회의 평등도 강조했다. 그는 “멕시코와 브라질에서는 하위 15~20%의 저소득층 가정의 여성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통해 건강검진을 받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며 “이 같은 시도를 통해 기회의 평등을 줌으로써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