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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데스크] 4·19가 '의거'라는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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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수 국제부장 may@hankyung.com
    참 이상한 나라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 모두 비슷한 소리를 외친다. ‘정치개혁’ ‘부패척결’ ‘상생협력’ ‘국민 대통합’이란 단어는 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이나 출마 선언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씩 다르지만, 같은 점이 너무 많다. ‘꿈과 희망이 넘치는 대한민국’(새누리당 박근혜), ‘사람이 먼저인 세상’(민주당 문재인),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무소속 안철수) 등 모두 비슷하게 들린다.

    각 후보 캠프의 등장인물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인 듯하다. 박근혜 캠프의 좌장격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한때 안철수 후보의 경제 멘토였다. 안 후보의 멘토 자리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메웠다. ‘모피아(Mofia·재무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대부’로 알려진 이 전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사령탑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후보와도 연이 닿아있다.

    朴·安 경제민주화·안보관 비슷

    경제민주화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도 닮아가는 것 같다. 문 후보만 시장만능·성장지상주의를 배격한다며 대립각을 세울 뿐, 박근혜 안철수 두 후보의 차이점을 찾아내기는 힘들다. 박 후보는 “성장과 분배를 넘어선 새로운 제3의 변화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안 후보도 “새 경제모델이 필요하다”며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성장동력과 결합하는 경제혁신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비슷한 이야기다.

    두 캠프의 좌장을 맡고 있는 김 위원장과 이 전 부총리의 주장도 복사판이다. 김 위원장은 ‘양극화 해소’를 중시한다. 이 전 부총리도 최근 발간한 저서 《경제는 정치다》에서 중산층 복원에 힘쓰고 경제·기회의 양극화를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경제관료들이 항상 주장하는 정부 역할 확대론이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이해와 결합했다는 점은 두 캠프 모두 판박이다.

    안 후보는 “평화체제 역시 안보와 균형을 맞출 때 실현가능하다”며 보수층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출마 선언 다음 날인 지난 20일 박정희 등 역대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묘소를 참배했다. 이승만 대통령 묘소를 찾은 뒤에는 “4·19 의거의 희생과 헌신은 우리의 헌법정신이 되었다(안철수 후보 대변인실 페이스북 AHN’S SPEAKER)”고 말했다.

    여야 ‘닮은 꼴 정치’ 벗어나야

    1960년 헌정사상 최초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불의의 독재권력에 항거한 4·19에 대해 안 후보는 ‘혁명’이 아닌 ‘의거’라는 표현을 썼다. 표밭 확대를 노린 또 다른 대중 인기영합주의다. ‘의거’는 5·16 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이 4·19를 폄하하기 위해 오랫동안 썼던 용어다. 1993년 김영삼 정부 때 4·19가 ‘혁명’으로서 역사적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안 후보가 모를 리 없다. 몰랐다면 정말 역사의식이 없는 것이다.

    박근혜·안철수 후보 모두 ‘닮은꼴 정치’를 하는 듯하다. 미국 대선처럼 ‘국방비 삭감과 동성애·낙태권리 주장(오바마 민주당 후보)’ ‘작은 정부 실현과 전반적인 감세·투자의욕 고취(롬니 공화당 후보)’ 같은 구체적이고 선명한 정책 대결은 실종됐다. 정당정치 위기론이 나온 배경이다.

    대선(12월19일)이 불과 80여일 남았다. 후보들은 책임질 수 있는 차별화된 공약을 구체적으로 정확한 숫자 및 실행방안과 함께 하루빨리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가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처럼 모호한 구호만 되풀이하는 ‘닮은꼴 정치’는 곤란하다.

    최명수 국제부장 m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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