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
한국경제 앱 개편 EVENT

머나먼 '신분 상승의 꿈'…정규직 전환 7.8%뿐

인사이드 Story 기간제법 적용 근로자 15개월 후 추적해보니…

노동부, 2만명 표본조사
무기계약직 전환 80%…'고용보장'도 쉽지 않아
다른 회사로 이직해도 75%가 여전히 비정규직
서울의 한 통신회사에서 기간제근로자(2년 미만 계약직)로 일하는 A씨(32). 벌써 세 번째 직장을 옮겼지만 여전히 기간제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간제로 일하는 다른 친구들을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A씨는 “정규직이 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며 한탄했다.

A씨처럼 한 번 기간제근로자였던 사람은 이후 정규직으로 ‘신분상승’을 하기 어렵다는 공식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추적조사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노동부는 기간제법 적용 근로자 2만명(표본)을 추적조사한 ‘고용형태별 근로자패널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2010년 4월에 기간제법 적용 대상자였던 114만5000명이 1년3개월 후인 2011년 7월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같은 직장에서 2년 이상 일한 사람 가운데 정규직이 된 사람은 3만5000명(7.8%)에 불과했다. 용역 등 다른 비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5만1000명(11.6%)이었다. 무기계약직이 된 사람이 35만7000명(80.6%)으로 가장 많았다.

무기계약직이란 임금 등 다른 근로조건은 유지하면서 기간제법에 의해 ‘계속고용’을 보장받는 사람을 말한다. 기간제법은 기간제근로자가 2년 이상 일하면 더 이상 기간제가 아닌 것으로 간주한다. 징계로 해고를 당하거나 정년이 되지 않는 이상 고용을 보장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간제근로자는 근로조건이 열악한 영세 사업장(근로자 100인 미만)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기계약직 전환이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조사에서 같은 직장에서 계속 일한 사람 가운데 영세 사업장 근로자는 51만5000명이었다. 큰 사업장 근로자 15만1000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이들은 무기계약직이 돼도 계속고용만 보장받을 뿐 임금 등은 영세업체 기간제였던 이전과 같다. 계속고용 의무를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고용부 관계자는 “영세 사업장은 인사노무 전담자도 없고 법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기간제법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으로 옮긴 사람(30만7000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직해서도 비정규직 처지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22만6000명(73.6%), 정규직이 된 사람은 6만1000명(19.8%)이었다. 다른 조건이 같다고 가정했을 경우 최소한 4번은 이직해야 그 4번 안에 정규직이 될 확률이 50%를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관련, 2007년 시행된 기간제법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04년 이 법을 제출하면서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사용자의 남용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정재훈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을 법 취지대로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별 기업의 지급능력 문제도 있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있을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기 악화로 고용 창출 여력이 낮아진 것도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1. 1
  2. 2
  3. 3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1. 1
  2. 2
  3. 3
  4. 4
  5. 5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