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성적 학대는 치유의 대상 아닌 '극복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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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 트라우마
정국 지음 / 블루닷 / 632쪽 / 2만8000원
정국 지음 / 블루닷 / 632쪽 / 2만8000원
대영제국의 기틀을 마련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열네 살 때부터 수년간 의붓아버지 토머스 경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토머스 경은 하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어린 엘리자베스를 품안에 안고 성희롱을 했다. 토머스 경은 이후 역모 사건에 연류돼 참수당했다. 엘리자베스는 성장한 후 남자애인들을 거느렸지만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나폴레옹 황제는 소년시절 왕실 군사학교에서 상급생과 교사인 수도사들로부터 성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그는 훗날 “수도사 사이에서 자라면서 수도원의 악행과 타락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두 지도자의 공통점은 ‘성적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지녔다는 것이다. 그들은 표면적으로 성적 트라우마를 극복했지만 숨겨진 삶에는 큰 영향을 받았다.
《섹슈얼 트라우마》는 성적 학대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길을 모색한 책이다. 최근 사회문제로 불거진 어린이와 부녀자의 성폭행 사건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도 제시한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이해하기 쉽게 썼다.
성적 트라우마는 ‘인류가 숨겨온 가장 불편한 진실’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성적 학대를 경험했으며 그것만큼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사건도 없다는 것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교도소에 있는 여성 수감자의 3분의 2 이상이 성학대를 경험했다. 미국 여아의 27%, 남아의 16%가 근친상간을 당했다. 전 세계 여아의 25%, 남아의 10%가량이 성인기 이전에 성폭력이나 성 충격을 경험했다.
아동기에 성학대를 당한 피해자들은 뿌리 깊은 수치심과 죄책감 속에서 혼란스럽고 두려운 비밀을 마음속에 깊이 감춘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스트레스 장애도 겪는다. 공황 장애, 우울증, 자살 충동, 편집증, 약물과 알코올 중독, 식이장애와 자해를 비롯한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보인다. 바지를 입은 채 소변을 보거나, 성기를 꺼내 장난을 치는 등 유아기로 퇴행하는 양상도 나타낸다. 정신질환을 앓거나 신체 질병으로도 이어진다. 비만, 당뇨, 섬유근육통 관절염, 고혈압, 심장병 등 각종 심혈관계질환을 야기한다.
저자는 성적 학대가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존재해온 인간사의 문제이며 ‘치유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성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성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심리치료사와 환자 사이에는 신뢰와 친밀감이 형성돼야 한다. 환자는 그 사건을 기억하고, 상기하며 재현하는 수순을 밟는다. 그후 환자의 충격을 다양한 경로로 탐색하고 이해하며 해결하는 과정으로 진입한다.
약물치료에 대한 과정도 적었다. 각종 약물을 투여했을 때 증상과 부작용 등을 기록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한 여인은 ‘소녀 창녀’였다며 자기 혐오에 시달리다가 비로소 성폭행 피해자였다는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어린이나 청소년 자녀가 갑자기 수면장애나 야뇨증, 등교 거부 등을 한다면 성적 학대가 개입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부모에게 조언하기도 한다. 그들의 행동 패턴을 관찰하고 대처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나폴레옹 황제는 소년시절 왕실 군사학교에서 상급생과 교사인 수도사들로부터 성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그는 훗날 “수도사 사이에서 자라면서 수도원의 악행과 타락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두 지도자의 공통점은 ‘성적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지녔다는 것이다. 그들은 표면적으로 성적 트라우마를 극복했지만 숨겨진 삶에는 큰 영향을 받았다.
《섹슈얼 트라우마》는 성적 학대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길을 모색한 책이다. 최근 사회문제로 불거진 어린이와 부녀자의 성폭행 사건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도 제시한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이해하기 쉽게 썼다.
성적 트라우마는 ‘인류가 숨겨온 가장 불편한 진실’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성적 학대를 경험했으며 그것만큼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사건도 없다는 것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교도소에 있는 여성 수감자의 3분의 2 이상이 성학대를 경험했다. 미국 여아의 27%, 남아의 16%가 근친상간을 당했다. 전 세계 여아의 25%, 남아의 10%가량이 성인기 이전에 성폭력이나 성 충격을 경험했다.
아동기에 성학대를 당한 피해자들은 뿌리 깊은 수치심과 죄책감 속에서 혼란스럽고 두려운 비밀을 마음속에 깊이 감춘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스트레스 장애도 겪는다. 공황 장애, 우울증, 자살 충동, 편집증, 약물과 알코올 중독, 식이장애와 자해를 비롯한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보인다. 바지를 입은 채 소변을 보거나, 성기를 꺼내 장난을 치는 등 유아기로 퇴행하는 양상도 나타낸다. 정신질환을 앓거나 신체 질병으로도 이어진다. 비만, 당뇨, 섬유근육통 관절염, 고혈압, 심장병 등 각종 심혈관계질환을 야기한다.
저자는 성적 학대가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존재해온 인간사의 문제이며 ‘치유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성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성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심리치료사와 환자 사이에는 신뢰와 친밀감이 형성돼야 한다. 환자는 그 사건을 기억하고, 상기하며 재현하는 수순을 밟는다. 그후 환자의 충격을 다양한 경로로 탐색하고 이해하며 해결하는 과정으로 진입한다.
약물치료에 대한 과정도 적었다. 각종 약물을 투여했을 때 증상과 부작용 등을 기록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한 여인은 ‘소녀 창녀’였다며 자기 혐오에 시달리다가 비로소 성폭행 피해자였다는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어린이나 청소년 자녀가 갑자기 수면장애나 야뇨증, 등교 거부 등을 한다면 성적 학대가 개입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부모에게 조언하기도 한다. 그들의 행동 패턴을 관찰하고 대처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