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초강력 태풍 볼라벤의 상륙으로 강풍이 몰아치던 28일 새벽 6시20분께 평소와 다름없이 서초사옥으로 출근했다. 곧바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등을 불러 애플 특허소송을 보고 받은 뒤 "잘 하라"는 짧은 지시를 내렸다.
지난 주말 미국 새너제이 법원에서는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거액의 배상금을 내야 한다는 배심원들의 평결이 나왔다.
하루 전날 한국 법원이 삼성과 애플 모두 서로의 특허를 일부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린 것과 달리 미국 법원의 배심원단은 완벽하게 애플 손을 들어줬다. 애플 본사가 위치해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의 일반 주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10억4939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서 애플에 패배한 삼성으로서는 이미지 타격은 물론 매출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위기에 처했다.
이 회장이 이날 새벽 서초사옥에 나와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긴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애플 소송에 대해 수시 보고를 받는 것은 아니다" 면서도 "이번 배심원 평결을 계기로 앞으로 애플과의 특허소송이 좀 더 강경 모드로 갈 것 같다"고 예측했다.
실제 삼성은 애플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갖고 있는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특허로 반격에 나설 채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표준 특허와 달리 LTE 기술에서 삼성전자가 확보하고 있는 다수의 상용 특허는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에 따라 삼성은 LTE 특허를 바탕으로 역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애플이 다음달께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차세대 아이폰5에도 LTE 기능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특허소송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