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중고차 사이트를 한참 동안 뒤적거렸다. 대우자동차의 소형 세단 ‘칼로스’ 매물을 찾기 위해서다. 칼로스는 기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차다. 쉐보레 ‘아베오’의 전신인 이 차는 콤팩트한 차체와 부드러운 곡선 디자인이 특징이다. 중국시장을 겨냥한 듯 색상 중에 진한 금색이 있어 금(金)을 좋아하는 기자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서 갖고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중고차 가격이 200만원 안팎이니 ‘똘똘한 놈’만 찾는다면 최소 3~4년은 부담없는 가격에 거뜬히 탈 수 있다. 금색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아 결국 포기했지만 요즘도 가끔씩 버릇처럼 관련 사이트를 검색해본다.

기자는 타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대우차에서 가장 추앙(?)받는 모델은 ‘라프디(라세티 프리미어 디젤)’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BMW ‘320d’에 버금가는 차로 불린다.

독일 전륜구동차와 맞먹는 서스펜션 세팅과 단단한 차체 강성, 높은 토크, 경쾌한 코너링 등을 감안하면 ‘가격 대비 최고 성능의 국산차’라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라프디 동호회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카 ‘티뷰론’은 어떤가. 울룩불룩한 보닛 디자인은 인장강도의 극한까지 몰아붙인 끝에 탄생한 과감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어느 브랜드도 따라하지 않는 현대차의 실험정신이 돋보였다. 자기 개성대로 자동차의 내외관을 꾸미는 ‘튜닝 바람’을 몰고 온 것도 티뷰론이다. 일찍이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이렇게 하나의 국산 모델에 많이 열광한 적이 있었을까. 티뷰론 후속으로 출시된 ‘투스카니’도 한국의 스포츠카 명맥을 이어오며 큰 인기를 누렸다. 이들 모델은 척박한 국산 자동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귀한 존재였고 지금도 그렇다.

쌍용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무쏘’는 기자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차다. 직선으로 구성된 강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은 언제 봐도 멋지다. 벤츠 엔진을 얹었기 때문에 성능도 좋다. 초등학생이었던 기자의 동네에 한 대뿐이었던 무쏘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보닛 위에 당당히 서있던 코뿔소 모양의 엠블럼은 훔쳐서라도 갖고 싶었다. 1993년 출시된 후 13년 동안 장수했으며 2005년 단종될 때까지 국내에서 25만대가량 판매됐고, 해외에도 8만대 가까이 수출됐다. 단종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도로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도 우수하다.

쌍용차 인수 후 기술유출 논란이 있었던 중국 상하이차는 무쏘를 단종시키고 ‘카이런’이라는 오묘한 모델을 후속으로 내놓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비난을 받을 만하다. 기자에겐 무쏘가 국산차 중 부활시켰으면 하는 모델 1순위다.

흔히 ‘명차 명차’하면서 포르쉐나 레인지로버, BMW 등을 이야기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역사는 세계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었고 지금도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의 자동차 역사도 이제 50년이다. 한 번쯤 예전에 단종된 차들을 돌이켜보면 쏠쏠한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차들이 있다. 적어도 기자에겐 앞서 거론한 차들이 거리에서 발견할 때마다 시선을 고정시키는 명차다.

‘그림의 떡’인 해외 브랜드 차에서 눈을 돌려 우리 곁에 있으면서 정비도 쉽고, 나름의 개성과 장점으로 ‘운전의 재미’를 가져다주는 국산차들을 살펴보는 게 어떨까.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