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23일 오후 2시24분


한솔그룹은 주력인 제지 플랜트 부문을 중심으로 소리 소문 없이 인수·합병(M&A)을 실시해 왔다. 재무 부담이 크지 않은 ‘스몰딜’ 위주였다. 앞으론 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의 내실경영으로 체력을 비축했다고 판단하고 ‘빅딜’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취약한 지배구조도 손볼 예정이다.

“빅딜 참여 기회 올 것”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인희 고문이 이끄는 한솔그룹은 1991년 전주제지(현 한솔제지)가 삼성에서 분리되면서 탄생했다. 계열 분리 당시 재계 11위 그룹으로 활발한 M&A를 통해 정보기술(IT) 금융 레저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하지만 무리한 차입경영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아 2000년대 초반까지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 고문의 삼남인 조동길 회장이 2002년 경영권을 승계했다.

‘조동길 체제’의 한솔은 보수적 경영을 바탕으로 내실 경영에 주력해왔다. 재무구조가 안정을 찾아가자 2005년을 기점으로 외형을 키우고 있다. 그룹 매출은 2005년 2조7181억원에서 지난해 5조348억원으로 급증했다. 연관 사업 M&A에 나서는 등 주력 사업을 강화한 결과다. 한솔제지는 2009년 인쇄용지업체 아트원제지, 대형 지류유통회사 일진PMS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엔 골판지업체 대한페이퍼텍을 사들였다. 그룹 관계자는 “산업용지와 특수지 영역에서 추가 M&A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IT 솔루션 전문기업인 한솔PNS는 2008년 고객관계관리(CRM) IT 솔루션업체 한솔인티큐브를 인수했다. 한솔인티큐브는 휴대폰 소프트웨어업체 솔라시아를 인수, 영역을 넓히고 있다. 플랜트 엔지니어링기업 한솔이엠이는 발전설비업체 신텍을 지난달 인수했다.

한솔케미칼 계열분리 가능성

한솔그룹은 ‘한솔제지→한솔EME→한솔CSN→한솔제지’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문제는 지주회사 격인 한솔제지에 대한 오너들의 보유지분이 6.85%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고문이 3.51%, 조 회장이 3.34%를 보유한 게 전부다. 증시 전문가들은 적대적 M&A에 노출될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자사주가 7.26%에 달해 경영권 방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솔은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룹에서는 부인하지만 지배구조개선 과정에서 한솔케미칼이 계열 분리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 고문의 장남인 조동혁 명예회장이 한솔케미칼의 최대주주(지분율 14.34%)이기 때문이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