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을 허송한 개원 협상을 누구보다 안타깝게 지켜본 의원들은 바로 19대 초선들이다. 부푼 기대를 안고 국회에 첫 입성한 초선 의원들의 의원생활 한 달에 대한 감회는 남달랐다. ‘후회 없는 4년’을 다짐하는 이들은 의욕에서 새로운 정치의 생기가 넘쳐난다.

한국경제신문은 6일 민현주 안종범 이종훈(이상 새누리당) 송호창 장하나(이상 민주통합당) 등 여야 초선 의원 5명을 만나 한 달여간의 소회를 들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제 교사’로 잘 알려진 안 의원(비례대표)이 과거 교수 시절(성균관대 경제학)과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조찬 모임’이다. 안 의원은 “조찬을 겸한 회의나 모임이 거의 1주일에 3회 이상”이라며 “조찬이 없는 날엔 아내가 아침을 차려줘야 한다며 귀찮아하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의원회관을 배정받기 전 국회 근처의 한 커피숍에서 업무를 봐서 ‘다방 죽돌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안 의원은 “4년간 ‘원칙’과 ‘일관성’ 있는 정책을 통해 정치에 대한 신뢰도를 두 배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여성정책 전문가인 민현주 의원(비례대표)은 “아직도 TV에서 보던 정치인과 악수하는 게 신기하다”고 ‘신입티’를 냈다. 그는 “4년 뒤 ‘저 사람이 국회의원이었나’는 이야기는 절대 듣지 않도록 존재감 있는 의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민 의원은 “당의 입장을 결정하면서 충분한 설명이 없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허탈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며 “당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내 의견을 꼭 관철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종훈 의원(경기 성남분당갑)은 “가르치고 말하는 역할인 교수(명지대 경영학)에서 하루아침에 듣고 배우는 역할인 국회의원으로 변신했다”며 “몸은 교수 때보다 훨씬 힘들지만,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치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을 돌면서 현실과 이론의 괴리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공공임대아파트가 너무 넓어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는 한 주민의 항의에 깜짝 놀랐다”며 “84㎡(25평)형 정도면 소형이라 생각했는데 저소득층 중 독신이 많아 더 작은 거주지가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TV토론에서 정부 정책을 조목조목 반박해 ‘촛불 변호사’라는 별명을 얻은 송호창 의원(경기 과천·의왕)은 “그동안 변호사로 사회적 약자들을 많이 접했지만 이제는 보수성향의 부유한 분들까지 폭넓게 만나게 됐다”며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많이 깨닫게 되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그는 “보수 성향의 시민·봉사단체들도 나름의 공익을 추구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의정활동을 하는 데 있어 균형 감각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제주 강정마을 시위현장을 지키다 청년 비례대표로 영입된 장하나 의원은 스스로를 낮추며 본분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올해 35세인 그는 “과거 시민운동을 할 때보다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훨씬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99% 서민을 대변하기 위해 평소 배지를 달고 다니지 않는다는 장 의원은 소통전도사를 자임했다. 그는 “배지는 권위의 상징이기 때문에 제가 대표하는 청년·서민들과 벽이 생길 수 있다”며 “정당 정치에 대한 불신도 그동안 대중과의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호기/김정은/도병욱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