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18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호남 민심은 안갯속이다.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가 되려면 호남 민심을 잡아야 하지만 호남 여론은 ‘빅3’로 꼽히는 문재인·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에 대해 여전히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김순옥 전 광주시의원은 22일 기자와 만나 “이번에 호남 마부(국회의원 등 여론 주도층)는 마지막 순간에야 주인(대선 후보)을 선택할 것”이라며 “다만 이쪽 마부는 말(민심)들이 가는 쪽으로 향한다”고 의미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실제 현지에서 만나본 30여명의 시민들은 각기 생각이 달랐다. 확고한 선두주자는 보이지 않았다. 문 고문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가운데 김 지사에 대한 기대감 역시 상당했다. 손 고문을 주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21일 새벽 광주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만난 도매상 김모씨(48)는 “김 지사 주변 사람들이 문 고문 쪽보다 더 부드러울 것 같다”며 “손 고문도 열심히 한다”고 했다. 수박을 파는 50대 남성은 “문 고문은 깨끗하고 사람이 좋다”고 평했다. 노대동 빛고을노인복지관에서 만난 장철행 씨(72)는 “당내 경선은 문 고문과 김 지사의 싸움”이라며 “누가 되든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는 강력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뚜렷한 지지세가 없는 가운데 호남 민심의 기준은 ‘이길 수 있는 후보’였다. 목포 수협공판장에서 만난 최광석 씨(64)는 “현재로선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이길 수 있는 후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원장에 대한 반응은 갈렸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일자리박람회에서 만난 대학생 정경택 씨(28)는 “안 원장이 나온다고 하면 대학생들은 많이 지지할 것”이라고 했고, 한 여성 취업 준비자(31)는 “안 원장은 정치를 안 해봐서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광주 서부농수산물시장에서 만난 도매상 이모씨는 “민주당 후보가 있는데 안 원장 쪽으로 (표가) 확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나중에 후보 단일화하면서 열린우리당 분당 때처럼 시끄러워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호남 소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광주에서 만난 한 대의원은 “이번엔 그냥 못 찍는다. DJP연합같이 호남에 총리를 약속한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며 “이렇게 생각하는 대의원이 많다”고 말했다. 우윤근 전남도당 위원장은 21일 도의원 간담회에서 “정책이나 인사에서 우리가 마련한 공약을 이행할 것을 약속한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광주·목포=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