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은 위기설이 나온 후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포르투갈이 곧 2차 구제금융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주요 7개국(G7·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은 5일(현지시간)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포르투갈 2차 구제금융 받을까

스페인, 결국 EU에 자금지원 요청…G7 긴급회의
G7이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은 스페인 금융위기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이날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유럽연합(EU)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크리스토발 몬토로 스페인 예산장관은 이날 국영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채 금리 수준은 사실상 자금 조달이 막힌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스페인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EU 금융기구들이 적극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최근 10년만기 스페인 국채금리는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수준인 연 7%에 근접하고 있다.

몬토로 장관은 그러나 “우리가 요청한 자금은 천문학적 숫자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면적 구제금융은 필요하지 않지만 은행 자본확충을 위한 지원은 원한다는 얘기다.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는 스페인 최대 은행 산탄데르의 에밀리오 보틴 회장의 발언을 인용, “스페인 은행의 부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추가로 400억유로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스페인 은행권이 추가로 늘려야 할 자본 규모가 500억~900억유로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포르투갈도 심각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포르투갈 국채 금리(10년물)가 지난해 5월 780억유로 구제금융 조치에도 불구하고 1년 넘게 연 10.0%를 넘고 있다”며 “자금 조달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조만간 포르투갈이 2차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EU 관계자들도 포르투갈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 집행 관련 작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7 긴급 화상회의…스페인 지원책 논의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은 화상회의에서 스페인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대한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로안정화기구(ESM)를 통한 자금지원 방안과 채무 위기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즈미 준 일본 재무장관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7개국이 스페인과 그리스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짐 플래어티 캐나다 재무장관은 회의에 앞서 “유로존 일부 은행의 취약성이 문제”라며 “이들 은행에 대한 자본 확충 방안과 다른 은행으로 위기가 전염되는 것을 막을 방화벽 설치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6일로 예정된 ECB 정책회의를 하루 앞두고 G7 긴급회의가 열린 것은 ECB의 자금 지원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ECB는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스페인 국채 매입 재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설리/김동욱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