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독산동에 살던 김은희 씨(36)는 작년 9월 시흥동으로 이사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새집 바로 옆 혁신학교인 백산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좋았다. 주변에서는 “현장학습비도 안내고 악기 교육도 공짜로 받을 수 있어 좋겠다”고 부러워했다.


혁신학교는 영어·예능·자연 등의 분야에서 특화 교육이 진행되며 현장학습비도 학교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집값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서울시 혁신학교 학생들이 앞으로는 작년과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기는 어렵게 됐다. 시 교육청이 연간 지원 금액을 지난해 학교당 평균 2억원에서 올해 1억4000만원으로 30% 삭감했기 때문이다. 내년도 혁신학교 신설 목표도 기존 240개에서 160개로 대폭 줄였다.

시 교육청이 이처럼 2010년 11월 수립한 혁신학교 운영 계획을 1년반 만에 축소키로 하고 예산배정도 줄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시 교육청이 계획을 수정한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부족이다. 당초 시 교육청의 최종 목표인 300개(서울시내 1303개 학교의 25%)에 모두 2억원을 지원한다면 600억원이 소요된다. 이는 중학고 1학년 전체 무상급식 예산(553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곽노현 교육감이 자신의 정책들에만 예산을 쏟아붓다가 현장의 반발이 커지자 은근슬쩍 혁신학교 예산을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이 같은 진보성향의 김상곤 경기교육감을 의식해 예산은 감안하지 않은 채 처음부터 무리하게 혁신학교 정책을 추진했다는 지적도 있다. 혁신학교는 원래 김 교육감이 경기도에서 2010년부터 시행해온 것으로 서울 교육청이 따라한 것이다. 하지만 경기교육청은 처음부터 지원 규모에서 구체적인 숫자를 내걸지 않았고, 올해도 학교 사정에 따라 1000만원에서 5000만원씩 차등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 교육청은 혁신학교 교원들에게 승진 가산점을 주지 않던 기존 방침을 바꿔 혁신학교 교원의 10% 이내에서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혁신학교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몰리면서 일반 교사들이 혁신학교를 기피하자 ‘당근’을 내건 것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