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문화 중심의 소셜클럽을 지향하는 프라이빗 갤러리를 운영할 생각입니다. 변호사를 비롯해 대기업 임직원, 전문직 인사들로 회원을 구성해 창의적인 비즈니스와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한다는 전략이죠.”

건축가 겸 보석디자이너에서 갤러리스트로 변신한 최은주 나무모던&컨템포러리 대표(45·사진)는 “시각예술은 자산가치가 높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녹색산업”이라며 “갤러리를 새로운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현의 장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BJO에콜에서 디자인과 건축을 공부한 최 대표는 금융위기 이후 서울 청담동에서 보석 명품숍 엔쥬비쥬를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다. 틈만 나면 프랑스와 스위스 독일 등 유럽의 미술, 건축, 패션 아이템을 섭렵하고 관련 전시회도 빠짐없이 쫓아다녔다.

미술문화 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판단한 그는 2008년 명품숍을 접고 미술관을 짓기로 작정했다. 그는 북촌 한옥마을에 현대적인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설계부터 시공까지 직접 맡았다. 전통과 현대, 서양과 동양, 예술과 관람객, 건축과 미술의 만남을 아우른 공간에 초점을 맞춘 것.

“갤러리에서 헌법재판소 전경을 볼 수 있도록 높이 6m의 담벼락을 2m로 낮췄습니다. 건물 입구의 400년 된 향나무를 살려내고, 고도제한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없을까도 고민했는데 전시장 내부를 원형구조로 디자인하면 될 것 같더군요. 지하 2층과 지상 2층을 연결해 4층 건물처럼 설계한 겁니다. 나선형 공간에서 관람객이 작품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한 거죠.”

그는 “건물 벽은 두 장의 강화유리 사이에 영상 필름을 넣는 공법으로 리얼 스크린을 만들어 갤러리 밖에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독특한 구조로 설계된 전시공간은 개관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다양한 퍼포먼스 영상과 미디어아트, 독립영화 및 작품 슬라이드 쇼 등을 통해 실험적인 전시공간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가 미술 사업에 뛰어든 것은 문화 사업이 살아야 사회가 풍요로워진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미술문화 사업은 우리나라 화가들이 세계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아스팔트를 깔아주고 엔진을 달아주는 작업입니다. 현대미술이 발전하기 위해선 작가와 화상, 컬렉터, 전시 공간이 자동차의 네 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죠.”

컬렉터와 화가들을 1 대 1로 연결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화가와 컬렉터의 만남’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다.

이달 31일까지 계속되는 그룹전 ‘NAS 2012(NaMu Jeune Artist SHOW)’에서는 김성수 김선태 박찬길 사타 윤현선 이자연 임진세 조현익 씨 등 8명의 작품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 (02)745-220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