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은 좋은 투자처인데 IP펀드 시장은 아직도 겨울잠"
“지식재산(IP)은 훌륭한 투자자산입니다. 하루빨리 금융권과 기업들이 눈을 떴으면 합니다.”

국내 IP펀드를 처음 선보였던 이혁진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사장(45·사진)의 말이다. 이 사장은 2007년 당시 CJ자산운용(현재 하이자산운용) 특별자산운용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CJ 베리타스 퍼스트리쿱 지식재산권펀드’를 만들었다. 우리투자증권 신한캐피탈 등 20여개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끌어모은 돈은 총 350억원. 이 돈을 갖고 핵심 특허를 사들여 이를 무단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에 소송을 걸 것처럼 접근하고, 라이선스료를 받아내 투자자들에게 차익을 돌려주는 게 펀드의 수익모델이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다.

이 사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스카이웍스 등으로부터 핵심 특허 200여개를 매입하거나 통상실시권을 받아내 애플 림 HTC 등 글로벌기업을 상대로 딜을 벌여 라이선스료를 받아냈다”며 “수익률은 연 환산 8%대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태펀드와 삼성전자 산은캐피탈 등 민관 매칭 자금으로 2010년 출범한 ‘아이피(IP)큐브파트너스’ 탄생에도 자문역할을 했다. 일부 대기업 특허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회사다. 최근에는 IP자산만을 전문으로 운용하는 회사(아이디어브리지)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정식 설립인가를 받았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위원장 윤종용) 역시 최근 범정부 차원에서 IP 자산 창출 및 활용을 독려하고 나섰다. 그가 뿌렸던 씨앗이 곳곳에서 싹을 틔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그는 현 직장에선 IP 등 특별자산을 편입한 펀드를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 종합자산운용사가 아닌 전문운용사는 부동산과 특별자산(엔터테인먼트, IP 등)을 동시에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펀드를 구성하는 데 주식형과 채권형을 적절히 섞는 것이 기본이듯 부동산대출채권 등과 IP 등을 섞는 것도 기본”이라며 “현실과 괴리된 규정이 IP펀드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또 “IP펀드는 특허와 기술의 사업성을 분석해 투자자들의 선호도에 맞게 선순위(안전성), 후순위(수익성) 투자대상을 감각적으로 믹스앤드매치(섞어서 배치)해야 한다”며 “외국에서는 이 분야에 대한 전문 인력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한국은 다른 세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소한 IP 펀드에 대한 회사 안팎의 부정적 의견 등 때문에 국내 1호 IP펀드 운용을 접고 CJ자산운용을 퇴사, 2009년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을 차렸다. 그가 만들었던 1호 IP펀드에 편입된 특허자산은 2011년 국내 모 대기업으로 모두 넘어갔다. 현재는 본업인 부동산 펀드 외에도 엔터테인먼트 펀드 운용 자문역 등을 수행하며 대안 펀드의 문을 꾸준히 두드리고 있다. 실제로 그는 CJ자산운용 재직시 골프장·엔터테인먼트주·다이아몬드 펀드 등을 운용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난 4월 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 사장은 “이념과 사회운동 이력만 가득한 ‘생계형 정치인’이 아니라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후진적인 정치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