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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재무 '찰떡궁합'

IMF 재원·국채투자 확대 등 공조…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대응책 '촉각'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즈미 준 일본 재무장관은 유럽연합(EU) 재무장관 앞으로 한 통의 공동서한을 발송했다. 양국 장관이 나란히 서명한 이 편지에는 EU가 오는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이란산 원유수송 선박에 대한 보험 제공의 중단 방침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재정부 관계자는 15일 “양국 재무장관이 외교 서한을 공동 작성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우리 측 제의를 일본이 받아들여 성사된 것으로 양국 재무당국 간의 신뢰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일본 끌고, 한국 밀고

최근 들어 한국과 일본의 재무라인 사이에 전례없는 밀월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양국 외교부가 독도 등 과거사 문제로 대립각을 세워가는 반면 재무당국 간 공동보조는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안정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을 4000억달러 확충하기로 한 것도 한·일 공조의 결과다. 일본은 당시 회의 개막 전 IMF에 6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카드’를 우리 정부에 미리 알려줬다. 하지만 막상 회의가 열리자 유럽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IMF 재원 확충에는 공감하면서도 각국은 미국의 불참을 이유로 선뜻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자칫 IMF 재원 확충이 물 건너갈 수 있는 상황에서 박 장관이 일본과의 교감 속에 다른 나라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은 150억달러를 내놓겠다”고 한 것. 150억달러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였다. 결국 양국의 ‘통큰 베팅’에 영국 호주 등이 가세하면서 IMF 재원 확충은 결실을 맺게 됐다. 한·일 양국은 EU에 보낸 서한에서도 유로존 재정안정을 위해 IMF 재원 확충에 적극 기여한 점을 부각시켰다.


○비공식 채널 협의도 활발

한·일 간의 공조는 공식 회의석상은 물론 비공식 협의 과정에서 더욱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과 다케히코 나가오 일본 재무차관은 1주일에 평균 한 차례 이상 전화통화를 하며 주요 현안을 협의하고 있다.

양국 재무당국 간 긴밀한 협의는 탄탄한 신뢰관계가 바탕이 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박 장관은 7월 도쿄에서 열린 한·일 재무장관회담에서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요다 노시히코 일본 총리와 첫 인연을 맺었다.

박 장관은 이때 대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일본에 “역풍장범(逆風張帆·맞바람을 향해 돛을 편다)하길 바란다”며 위로했다. 위기에 수그러들지 말고 정면으로 돌파하라는 뜻을 전한 것이다. 이를 기억한 일본은 회담이 끝난 뒤 이 사자성어를 딴 사케를 보내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재무장관 출신인 요다 총리가 아즈미 재무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렇게 형성된 우호적 분위기는 지난해 10월 한·일 통화스와프 700억달러 확대와 지난달 상호 국채투자로 이어졌다. 국채투자에는 중국까지 끌어들여 사전에 투자정보를 교환키로 하는 등 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다자 간 협력모델로 발전됐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오랜 기간 협상을 통해 다져진 신뢰와 인적 네트워크가 원활한 협력이 가능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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