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제성적표가 발표됐다. 경제지표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6%로 집계됐다. 2010년 성장률이 6.3%였던 것에 비하면 많이 낮아진 모습이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민총소득(GNI)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이를 가지고 여러 가지 설명을 하고 있는데 도대체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2011년 1인당 GNI는 2만2489달러로 전년에 비해 9.4% 증가, 사상최고치를 달성했는데 실질GNI 증가율은 1.5%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통계로 봐서 1인당 GNI는 분명 명목값임이 분명한데 명목GNI와 실질GNI 사이에 괴리가 너무 크다.

일반적으로 명목변수와 실질변수의 차이는 물가에 의해 구별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GDP의 경우 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누면 GDP디플레이터가 된다. 이때 GDP디플레이터가 바로 물가를 의미한다. 명목GDP는 총생산량을 당해연도의 가격을 곱해서 구한 것이고, 실질GDP는 기준연도의 가격을 곱해서 구한 것이기 때문에 두 개념의 차이는 바로 물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일반적 개념으로서의 명목과 실질개념이 GNI에서는 다르게 적용된다. 실질GNI는 실질GDP로부터 출발한다. 실질GDP를 소득지표인 실질 국내총소득(GDI)으로 전환하는 것은 소득이 갖는 구매능력, 다시 말해 내가 번 돈으로 무엇을 얼마나 살 수 있는가 하는 측면에서 다시 평가하는 것이다.

원화로 계산한 소득은 원화 표시 구매능력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다른 통화로 표시할 때 구매능력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기준으로 다시 평가한다. 여기서 다른 통화로 거래하는 것은 무역거래이기 때문에 실질GDP에 ‘교역조건의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익’을 반영해 실질GDI를 계산하는 것이다. 여기다가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하면 이것이 바로 실질GNI가 된다.

그런데 실질GNI는 이렇게 계산하면서 명목GNI는 명목GNP의 개념을 그대로 바꿔서 사용한다. 즉 명목GDP에서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해서 바로 명목GNI 개념으로 쓰는 것이다. 이는 명목GNP의 개념 속에 이미 생산물량뿐 아니라 임금, 채산성, 교역조건 등의 변화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념을 규정해서 쓰다 보니 명목GNI는 명목GNP와 같은 반면 실질GNI는 실질GNP가 아닌 게 된 것이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