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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흔드는 '오일 쇼크' 공포…사우디, 구원투수로 나섰다

'배럴당 100달러' 방어선 지키기…30년 전 폐쇄 유전까지 가동
日, 4월 이란산 원유수입 중단…기름값 고공행진 불 붙을 듯
이란 핵 개발 제재 등으로 원유 가격이 급등, 세계 각국이 ‘오일 퀘이크(oil-quake·유가 상승에 따른 정치·경제 불안)’ 공포에 휩싸였다. 중국에선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가로 치솟으면서 경기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선 급등하는 휘발유 가격이 오는 11월 대통령선거 결과의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불안이 커지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 카드를 꺼내며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유가를 잡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오일쇼크’ 공포 확산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20일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발표를 인용, “중국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20일 밤 12시부터 t당 600위안 인상된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시의 경우 ℓ당 휘발유 가격이 8.36위안으로 올라 사상 처음으로 기름값 8위안(1440원) 시대를 맞게 됐다.

지난달 8일에도 기름값을 t당 300위안 인상한 중국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한 달 만에 또다시 기름값을 대폭 올렸다. 이에 따라 한동안 잠잠하던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 등 주요 제조업에도 큰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에선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3.78ℓ)당 4달러에 육박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코너에 몰렸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오바마 정부의 ‘무대책’을 비난하고 나섰지만 뾰족한 반격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행정부의 유가 정책에 대한 불신 비율은 65%에 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역시 50% 밑으로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에선 이르면 내달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럽연합(EU)이 대이란 제재의 일환으로 유럽 재보험사에 이란 관련 재보험 계약을 금지키로 했다”며 “일본 손해보험사들이 이란산 원유 거래 관련 보험의 70~80%를 유럽 보험사에 재보험을 든 탓에 내달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사우디, 구원투수로 등판

이처럼 ‘오일쇼크’ 불안이 글로벌 각지로 번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증산 및 수출 확대 방침을 발표했다. 유가 급등이 글로벌 경기 회복에 치명타를 날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미국의 맹방이자 중동 산유국의 맹주인 사우디가 독자적으로 “유가를 공정한 수준으로 정상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달 들어 글로벌 유가는 한때 배럴당 128.40달러(브렌트유 기준)를 기록하는 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우디가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선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미국에 대한 원유 수출을 늘리고 폐쇄했던 유전에서 생산을 재개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미국으로의 석유 수출을 위해 이달 중 한 척당 200만배럴을 수송할 수 있는 대형 유조선 11척을 띄우기로 했다. 지난해 미국행 유조선이 두 달에 한 척 수준에 그친 것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규모다. 최근 하루 평균 98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며 1931년 이래 가장 많은 양의 석유를 채굴하고 있는 사우디는 30년 전 폐쇄한 유전까지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우디의 유가 안정 노력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사우디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상품시장에서 유가는 0.6% 하락하는 데 그쳤다. 로버트 라이시 미국 버클리대 교수는 “석유거래 자금의 64%가 투기자금”이라며 “단순한 석유 공급 확대로는 유가를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김동욱 기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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