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 실탄 확보 '워밍업'…발행가능주식 2배 늘려
국내 대형 해운업체들이 정관 변경을 통해 발행주식 수를 늘리기로 하는 등 증자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해운시황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상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TX팬오션은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 총수를 3억주에서 7억주로 두 배 이상 늘리기 위해 정관을 변경하기로 했다. 향후 추가자본 확충에 대비해 수권자본금(증자할 수 있는 최대자본금)을 확충하는 조치다. STX팬오션은 현행 정관에서는 최대 발행주식 수를 3억주로 명시하고 있으며 실제 발행주식 수는 2억주 정도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해운사에 비해 수권주식 수 규모가 작아 자본 확충을 위한 근거를 신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TX팬오션이 수권주식수를 늘리려는 것은 업황은 부진한 반면 대규모 투자에 따른 차입금 상환 등 ‘나갈 돈’은 많아서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총 차입금 3조3000억원 가운데 4900억원가량이 1년 이내 만기 도래한다. 2014년까지 건화물선 등 총 55척의 신규 선박을 인도받을 예정으로 총 투자규모가 2조원이 넘는다.

이란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연료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달 말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2500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다른 해운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2200억원의 회사채를 발생한 데 이어, 이달 말 총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작년 말 기준 총 차입금 가운데 1년 이내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이 1조1000억원에 달한다. 당장 다음달 6일 2600억원, 5월22일 8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운시장 침체로 영업현금 창출은 부진한 반면 시장성 차입금이 증가 추세”라며 “운임 상승 등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해운업체들의 선제적 유동성 확보 노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