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30] 야권 연대 합의문, 진보당 정강과 '판박이'
지난 10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에 합의하면서 그 파괴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당은 수도권 등 새누리당과 박빙인 지역에서 승리 가능성을 높여 총선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중요한 현안마다 진보당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책적으로 ‘좌클릭’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진보당 공약은

민주당이 협상 과정에서 지나치게 진보당에 양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보당이 “야권연대가 결렬되면 전국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민주당은 시종 끌려다녔다.

앞으로도 민주당은 대선까지 연대를 유지하기 위해 진보당의 정책을 상당 부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양당이 내놓은 정책합의문은 진보당 강령의 내용과 닮은 꼴이 많다. 합의문에 들어간 ‘공공주택 확대·보조금 지원’ 등은 진보당 강령의 ‘사회주택 확대·저소득층 주거비 지원’과 비슷하다.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도 진보당 강령에 있는 ‘원전 단계적 폐지’가 합의문에는 ‘원전 추가 건설 중단, 관련 정책 전면 재검토’로 반영돼 있다. 의료보장과 관련해 ‘국민 주치의 도입, 의료 민영화 반대’ 등의 부분은 합의문과 진보당 강령이 거의 같다. 당초 민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재재협상에 무게중심을 뒀지만 ‘이명박 정부의 한·미 FTA 무효’ 쪽으로 방향이 바뀐 것도 진보당 주장을 수용한 결과다.
[총선 D-30] 야권 연대 합의문, 진보당 정강과 '판박이'
진보당은 강령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의 해체, 국군해외 파병 금지를 주장한다. 총선 공약에는 군복무 12개월 단축도 들어가 있다. 대신 사병 임금은 11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삼성그룹을 전자와 금융으로 분리하는 것도 공약으로 내놨다. 30대 재벌을 해체해 3000개의 전문기업으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켜 현대중공업과 한화그룹을 해체하고 지주회사 설립 요건을 강화해 SK·LG·두산그룹을 해체하겠다는 안까지 제시했다. 청년실업자에게 월 60만원의 수당을, 만 6세 미만 아동에겐 월 6만원씩 지급하고 기초노령연금을 20만원 수준으로 인상하며 최저임금도 월 135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대선전에서 이들 정책의 일부가 대선공약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선까지 파급력 이어갈 것”

양당은 전국적으로 16곳을 전략지역으로 정하고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경기 성남 중원(윤원석)·의정부을(홍희덕)·파주을(김영대), 인천 남갑(김성진), 부산 영도(민병렬)·해운대기장갑(고창권), 광주 서을(오병윤), 울산 동(이은주)·남을(김진석), 충남 홍성·예산(김영호), 대전 대덕(김창근) 등 11곳은 진보당 후보가 확정됐다.

양당은 현 정부 집권 후반기 확실한 과반 의석을 확보해 정국을 주도하고 대선 때까지 그 파급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1000표 이내로 판가름 날 접전 지역이 수도권에서 충청권까지 넓어지고 있다”며 “이런 구도에서는 야권연대가 결정적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