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8년 만에 '바오바' 포기…성장목표 7.5%로 낮춰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5%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바오바(保八·성장률 8% 이상 유지) 정책은 2004년 이후 8년 만에 폐기됐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0%로 유지하고 수출입 총액을 10% 정도 늘리겠다”며 ‘안정 속의 성장’을 강조했다

◆경제 체질 개선 위한 배수진

중국이 성장률 목표치를 7%대로 낮춘 것은 대외적인 경제여건이 어렵기도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성장은 물론 체제 안정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수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에너지 다소비형인 경제구조와 빈부 격차 확대 및 지역 간 불균형 발전 등은 중국의 사회·경제적 불안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원 총리는 성장률을 낮춘 이유에 대해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을 서두르고 경제발전의 질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의 실제 경제성장률이 목표치보다 1%포인트 정도 더 높은 8.5%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8.0%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9.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원 총리는 거시정책과 관련, 지난해와 같이 적극적 재정정책과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지난해의 5190억위안보다 54% 늘어난 8000억위안(GDP의 1.5%)으로 잡아 성장률 하락에 대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 광의의 화폐(M2) 증가율 목표치는 지난해보다 조금 높은 14%로 정해 물가를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M2 증가율 목표치는 16%였지만 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오르는 바람에 실제로는 13.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소득분배 총체적 개혁

올해 중국 경제정책 목표의 두 축은 구조조정과 민생 안정이 될 전망이다. 지속적 성장을 위해 경제구조를 바꾸고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에 대대적인 메스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첨단장비제조, 환경보전, 바이오, 신에너지자동차 등 7대 전략적 신흥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대신 환경을 오염시키는 에너지 과소비 산업은 정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원 총리는 “에너지 가격체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1000여개 중점 고에너지 소모 기업의 오염물 배출 감소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낙후한 기업들을 도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빈부 격차 해소 등을 위해 소득분배 체제를 총체적으로 개혁하는 방안도 나올 예정이다. 원 총리는 “소득분배에서 근로소득 비중을 높여 소득 격차 확대 추세를 돌려세우겠다”며 “임금 상승 메커니즘을 구축해 최저임금을 안정적으로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한진 KOTRA 베이징무역관 부관장은 “중국의 임금 상승은 내수시장 확대 요인도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영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총리는 또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농민공에 대한 차별 원인이 되고 있는 호주제도 개혁 △사회보장제도 확대 등 민생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부동산 부문에 대해서는 “투기 수요 억제 정책을 더욱 보완해 주택 가격이 합리적 수준으로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말해 정책 기조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소비 수요 확대와 관련해서도 ‘주민소득 증대’ ‘서비스업 육성’ 등 중장기적 대책만을 나열해 당분간 경기부양책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