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은 17일(현지시간)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2.5%로 하향 조정하고 “개발도상국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이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지난해 6월)보다 1.1%포인트 낮췄다. 독일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0.3%로 당초 1.8%보다 대폭 낮춰잡았다. 미국은 2.9%에서 2.2%로 성장률이 하향 조정됐고, 지난해 9.2% 성장한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8.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개도국은 6.2%에서 5.4%로 성장률 전망치가 조정됐다.

이는 재정위기에 처한 유로존 국가들의 성장 둔화가 다른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선진국들의 재정위기 여파 탓에 개도국으로 유입된 자금 규모도 2010년 하반기 3090억달러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1700억달러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잠시 진정된 유로존 재정위기가 악화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보다 광범위하게 얼어붙을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세계은행은 진단했다. 아울러 세계경제가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위기로 촉발된 2008~2009년의 상황보다 심각한 침체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앤드루 번스 세계은행 글로벌 거시경제 분석 총괄국장은 “위기 악화는 선진국과 개도국 가릴 것 없이 경제성장률을 2008~2009년과 같은 수준까지 낮추거나 그 이상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럴 경우 이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대부분 소진한 선진국들은 추가로 쓸 경기부양 카드마저 충분치 않아 세계경제 회복 속도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개도국들의 대비책과 관련해서는 △사회안전망과 인프라(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정부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국내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자본건전성 테스트)를 실시하며 △예산적자를 보완하는 방안도 미리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