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세계1위 탈환 타깃은 '신흥시장'
“이집트까지 점령했다. 세계 모든 대륙에서 도요타가 차를 생산하게 됐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일본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2일 전 직원에게 보낸 메일 내용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밝혔다. 그동안 판매 위주의 사업을 전개해온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차량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방식은 현지기업을 통한 ‘위탁생산’이다. 도요다 사장은 “빼앗긴 (세계 자동차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아오기 위해서는 ‘엔고’라는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며 “우리는 위탁생산을 통해 엔고를 극복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생산을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얘기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제2의 가이젠’(개선·改善) 프로젝트라 부른다. 신흥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1위 자리를 되찾아온다는 의미다. 가이젠은 총체적 혁신활동으로 도요타가 세계 1위에 오르는 기반이 됐다.

◆중동에서 첫 생산

도요타의 케냐와 이집트 지점은 현재 각각 아프리카와 중동 시장의 판매를 담당한다. 인접국에서 생산된 도요타 차량을 수입해 판매할 뿐 직접 차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르면 올 6월 이집트와 케냐에서도 도요타 차량이 생산될 전망이다. 도요타 관계자는 “일본에서 생산한 부품을 현지공장에서 조립할 계획”이라며 “중동에서 인기가 있는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을 연 5000대씩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공장을 새로 짓지 않고 현지 업체를 활용할 계획이다. 생산비용을 낮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세계 1위 탈환을 노리는 도요타가 엔고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피해 판매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분석했다.

◆신흥시장, 세분화해 공략

도요타는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848만대로 잡았다. 사상 최대였던 2007년(843만대)의 수치를 웃돈다. 2008년 이후 줄곧 1위(판매대수 기준)를 달리던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독일의 폭스바겐에 이어 3위로 떨어졌다. 일본 대지진과 태국 대홍수, 엔고 등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도요타는 생산설비와 부품공급망이 원상복구된 올해는 다시 정상탈환에 나서기로 했다. 반격의 무대는 신흥국으로 정했다.

접근 방법도 세분화했다. 중국에선 고가 차량을, 인도와 필리핀 등에선 저가 차량을 내놓는다. 수요가 증가하는 중남미에는 공장을 계속 세울 계획이다.

일본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중국에서 고급 브랜드 차량의 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3%였다. 같은 기간 일반 자동차 판매는 2.6% 증가에 그쳤다. 중국 부자들의 고급차 구매 열기에 렉서스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 관계자는 “대당 860만엔(1억3000만원)짜리 2012년형 렉서스 플래그십 LS460을 올해 중국에서 선보인다”고 말했다. 인도에선 저가의 전략 모델 판매를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출시된 ‘에티오스’(1200㏄급,1000만원)는 도요타의 인도 차량 판매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선 중저가 차량을 생산할 신공장을 차례로 가동할 예정이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