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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록] 난리 와중에 밥그릇 챙긴 여야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밥그릇 챙기기엔 여야가 따로 없었다. 한마음이었다. 여야가 지난해 추진했다가 국민의 강한 비난여론에 밀려 접었던 ‘후원금 쪼개기 합법화법안’(일명 청목회법안)을 어수선한 연말 분위기를 틈타 기습 처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여야가 예산안 처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했던 지난 12월31일, 불법 쪼개기 정치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사위가 처리한 ‘정자법’은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국회의원들을 구제하기 위해 처리하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포기했던 법이다. 법사위는 지난해 6월 행안위를 통과한 이 법안을 기습 상정, 처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발에 직면하자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도, 더구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되고 있는 상태에서 해당 법을 정개특위에 넘기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다.

개정안은 정치자금법 제31조 2항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조항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표현을 ‘단체의 자금’으로 바꿨다. 즉 기부받은 정치자금이 단체자금이란 사실이 명확할 때만 처벌할 수 있게 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발효되면, 특정 단체가 소속 회원의 이름을 빌려 후원금을 기부한다고 해도 단체자금을 입증할 수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

우윤근 국회 법사위원장은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현행 법조항에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한 것은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전격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이날 개최된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못했다. 여야가 법 처리까지 밀어붙일 경우 예상되는 여론의 뭇매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법을 개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굳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면 19대 국회에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국민의 정치 혐오증에 대한 자성은커녕, 제 잇속 챙기기로 한 해를 마무리한 데 대한 그나마의 자성이었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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