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난리 와중에 밥그릇 챙긴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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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법사위가 처리한 ‘정자법’은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국회의원들을 구제하기 위해 처리하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포기했던 법이다. 법사위는 지난해 6월 행안위를 통과한 이 법안을 기습 상정, 처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발에 직면하자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도, 더구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되고 있는 상태에서 해당 법을 정개특위에 넘기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다.
개정안은 정치자금법 제31조 2항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조항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표현을 ‘단체의 자금’으로 바꿨다. 즉 기부받은 정치자금이 단체자금이란 사실이 명확할 때만 처벌할 수 있게 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발효되면, 특정 단체가 소속 회원의 이름을 빌려 후원금을 기부한다고 해도 단체자금을 입증할 수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
우윤근 국회 법사위원장은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현행 법조항에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한 것은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전격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이날 개최된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못했다. 여야가 법 처리까지 밀어붙일 경우 예상되는 여론의 뭇매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법을 개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굳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면 19대 국회에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국민의 정치 혐오증에 대한 자성은커녕, 제 잇속 챙기기로 한 해를 마무리한 데 대한 그나마의 자성이었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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