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개인고객 1000만 돌파…종합금융그룹 '제2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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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장난치지 말라.정도경영에서 벗어나면 대기발령시키겠다. "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올초 주영래 부행장을 불러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내도록 했다. 조 행장은 지난해 말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된 직후 '창립 50주년인 2011년 상반기 중 개인고객 1000만명 돌파'를 목표로 내세웠는데 일부 부작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친인척을 동원해 계좌만 트거나,대출고객에게 예금을 들도록 하는 이른바 '꺾기(구속성 예금)'등이 우려됐다는 얘기다.
기업은행 내부에선 불만이 터져나왔다. "그럼 어떻게 개인고객을 늘리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943만명인 개인고객을 정도영업만으로 1000만명으로 늘리려면 2011년 말이 돼도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조 행장은 그러나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이번 기회에 기업은행 문화도 바꾸고 고객에 대한 신뢰를 얻어보자며 '실험'을 강행했다. "직원들에게 압박을 가해 과열 영업으로 달성한 실적은 반드시 뒤탈이 있으니 자율적으로 개인 고객 1000만명을 달성하자"고 강조했다. 조 행장은 캠페인이나 프로모션도 없앴다.
그의 실험은 성공했다. 기업은행의 개인고객 수는 지난 13일 1000만명을 넘어섰다. 목표 시점으로 잡은 6월 말보다 한 달 반 앞섰다. 자율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노조나 직원,고객들의 불만도 전혀 없었다. 조 행장은 "전 임직원이 내부 출신 첫 행장을 믿어준 결과"라며 공을 임직원에게 돌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활용
기업은행의 모태는 농업은행이다. 농업은행이 1961년 농협과 기업은행으로 분리됐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중소기업은행업법에 따라 재탄생했다. 이후 국내에서 위기가 터질 때마다 '소방수'역할을 했다. 민간금융이 위축돼 금융시스템이 마비될 상황이 닥칠 때마다 상당한 자금을 공급했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은 기업은행이 절대적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엔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13조9000억원 줄였지만 기업은행은 6000억원 늘렸다. 2004년 신용카드 사태 때는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 5조9000억원 가운데 74%인 4조7000억원을 기업은행이 담당했다.
지난해에도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전년 대비 6조1000억원 감소시켰음에도 기업은행만 중소기업 대출을 5조2000억원 늘렸다.
기업은행의 지난 3월 말 현재 총자산은 188조원.국민(268조원) 우리(257조원) 신한(251조원) 등에 이어 은행권 네 번째다. 기업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0% 성장했다. 총자산이 2007년 말 124조원에서 188조원으로 커진 것이다. 기업은행 안팎에선 은행권 '빅4'를 국민 우리 신한 기업은행으로 꼽는다.
조 행장은 "기업은행은 비올 때 우산을 씌워주는 은행"이라고 강조한다. 보통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은행들은 대출금을 회수한다. 대출이 부실해져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예대금리차도 확대시켜 수익성을 보전하고자 한다. '비올 때 우산 뺏는 은행'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달랐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것은 물론 금리도 깎아줬다. 2009년엔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최대 1%포인트 인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금융계에선 "기업은행처럼 중소기업에 마구 대출했다간 나중에 부실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올 3월 말 '성적표'는 이를 근거 없는 낭설로 돌려세웠다. 지난 3월 말 기준 기업은행 연체율은 0.8%.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0.2~0.3%포인트 낮다. 부실흡수능력을 알려주는 부실채권(NPL) 커버리지 비율도 지난 3월 말 현재 124.5%로 다른 은행보다 우량하다. 기업은행은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로부터 A+등급을 받았다. 국가(A+)와 같은 신용 등급이다.
◆수익성도 최고 수준
기업은행은 수익성 면에서도 은행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올 1분기 순이익은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5672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7405억원)과 신한은행(6471억원)에는 못 미쳤지만 우리은행(5075억원) 하나은행(4056억원) 외환은행(1941억원) 등을 앞질렀다.
수익성의 또 다른 잣대인 순이자마진(NIM)도 기업은행이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분기 NIM은 2.68%로 다른 은행의 2.26~2.44%를 앞서고 있다.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다른 은행을 훨씬 웃돌고 있다. 기업은행의 1분기 ROE는 19.2%로 다른 은행의 10.84~16.35%에 비해 최고 두 배 수준에 이른다. 통상 글로벌 우량기업의 ROE가 15%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은행은 이미 우량기업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행장은 "기업은행의 순이익이 많았다기보다는 다른 은행의 순이익이 적었다고 할 수 있다"며 "기업은행은 낮은 금리로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주기 위해 순이익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기업은행은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해 가고 있다. 현재 IBK연금보험 IBK투자증권 IBK자산운용 IBK캐피탈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IBK연금보험은 중소기업 퇴직연금 가입업체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신설 증권회사지만 시장에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기업은행은 각 계열사 간 일체감 조성 및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원 아이비케이(One IBK)'전략을 펴고 있다. 공동상품을 개발하고 점포를 공동 발굴하는 등의 사업이다.
그러나 기업은행 주가는 저평가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 기업은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배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주가가 주당순자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은행의 1배 수준보다 낮다.
기업은행은 그 이유를 적은 유통주식 수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정부 지분(국책금융기관 포함)이 72.1%에 이르러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수가 전체의 27.9%에 불과하다. 그 외에도 외국인과 국내 기관투자가가 상당수 들고 있어 실제 매매되는 주식 수는 극소수에 그친다. 이 때문에 유럽 재정위기 등 악재가 발생하면 주가 충격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난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언젠가는 보유지분을 처분할 것이란 불안감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조 행장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서 주가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를만 하면 정부 지분 매각설이 나돌아 주가가 더 이상 오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이 때문에 정부에 지분을 일부 매각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정부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