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면 한 · 에콰도르 수교 50년이다. 과거엔 우리가 물자를 원조했는데 지금 한국은 천연자원이 없는데도 세계적인 경제강국으로 성장했다. 이런 경이로운 발전 경험을 배우고 싶다. "

호르헤 글라스 에콰도르 전략조정부 장관(40 · 사진)은 한국 경제성장의 배경을 꿰고 있는 듯했다. 우리 정부의 에콰도르 자원투자의 키를 쥐고 있는 글라스 장관을 10일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그는 에너지 등 경제를 총괄하는 우리의 경제부총리에 해당한다. 의전서열 3위다.

글라스 장관은 "이번에 한국을 찾은 것은 베네수엘라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마나비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협상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역할을 굉장히 크게 생각하고 있으며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그 능력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125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마나비 프로젝트에 대한 업체 선정 권한도 그에게 있다.

글라스 장관은 "양국 간 확고한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더 돈독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투자 프로젝트와 함께 민간교류 · 각종 협력사업의 영역도 늘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이번 방한 중 울산 SK에너지 정유화학단지와 현대중공업 등을 둘러보면서 경제적으로 한국을 개발모델로 삼고 배워야겠다고 느꼈다"면서 "삼성 같은 세계적인 기업도 에콰도르에 투자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에너지, 정유, 광물, 석유탐사 및 채굴, 전력, 수력발전소 같은 건설사업 투자 프로젝트에 한국 민간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원한다"면서 "한국 기업들이 에콰도르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법적 · 제도적 문제를 정비하고 정치적으로도 적극 후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라스 장관은 경제 협력 분야에 대해 설명하던 중 에콰도르와 한국 간 깊은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에콰도르는 1976년 현대자동차 '포니'의 첫 수출국이자 대우건설이 첫 해외사업을 수주한 나라로서, 현재 한국산 스포츠유틸리티 자동차(SUV)가 현지시장의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글라스 장관은 "이번 방한은 이상득 의원의 역할이 매우 컸다"면서 "이 의원이 에콰도르를 방문,공동 프로젝트 조사를 위한 의향서를 체결하면서 양국 간 실질적인 협력강화가 이뤄지고 있다. 양국의 광물자원공사가 앞으로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공동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라스 장관은 SK건설이 10만달러를 들여 에스메랄다스 인근 초 · 중학교의 식당과 화장실을 개 · 보수, 현대적 교육시설로 바꿔놓으면서 한국 기업은 단순히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